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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추석 연휴.. “중증장애인에겐 긴 휴일이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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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추석 연휴.. “중증장애인에겐 긴 휴일이 감옥”

입력
2017.10.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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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돕는 활동보조인들도 휴가

이용 가능해도 시간 1.5배로 계산

화장실 못 가 기저귀로 버티기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추석은 어떻게 보내실 거예요?”

서울 용산행복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활동가들은 요 며칠 한가위 연휴 계획을 묻는 걸로 인사를 대신한다. 혼자서는 활동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데, 명절이 되면 활동보조인이 며칠씩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어 서로 걱정을 전하는 것이다. 센터에서 만난 뇌병변장애1급 김영식(34)씨는 “활동보조인 도움 없이 연휴에 어디 가는 건 엄두도 못 내니 역시 장애를 가진 아내, 그리고 세 살 난 딸과 함께 집에만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긴 휴일이 우리 부부에게는 오히려 감옥”이라고 말했다.

활동보조인 없인 거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 시름이 열흘이라는 사상 최장 추석 연휴와 맞물려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보조인들 역시 명절을 맞아 쉬는 경우가 많아 외출은커녕 기본적인 생리 문제 해결조차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원래도 중증장애인은 휴일 많은 달이 불편하다. 연휴에 일하려는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렵고, 구한다 해도 평일 이용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마다 혼자 생활이 가능한지, 가족이 있는지 여부 등을 따져 한달 간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지는데, 공휴일은 1.5배로 시간을 계산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특히 이번 추석은 다른 달보다 휴일이 5일 가량 많아 어쩔 수없이 비는 날이 생긴다는 게 장애인들 얘기다. 뇌병변장애1급 김혜진(31)씨는 “휴일이라고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활동보조인이 없는 날이면 어쩔 수없이 교회나 주변 사람에게 염치 없는 부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연휴 기간 가족 등 주변 손길을 부탁해보지만 이 역시 부담이다. 전신마비로 거동이 불가능한 최용기(51)씨는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흔이 넘은 어머니는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도 못 가고 조건 없는 희생을 해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다른 중증장애인은 “연휴 동안 못 오는 보조인들이 몇 시간 동안 먹어야 하는 음식을 얼굴 바로 옆에 미리 두고 가거나, 화장실 문제 해결을 위해 기저귀를 채워놓는 게 그나마 전부“라고 전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연휴는 이들에게 남 얘기다. 고향은 잊은 지 오래다. 추석은 그저 ‘불편한 날’이라 기억될 뿐. “어차피 휠체어 타고 고향 가는 버스에 올라타지도 못하잖아요. 명절 때마다 기차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저희는 빨리 명절 연휴 기간이 끝나버렸으면 좋겠어요.“ 김영식씨는 한숨을 쉬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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