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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지 않겠다는 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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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지 않겠다는 박기영

입력
2017.08.1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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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 11년 만에 사과하며

“일 할 기회를 달라” 사퇴는 거부

“사과 진정성 의문” 비난 되레 확산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정책간담회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정책간담회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과학기술계와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서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도 끝내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의 배후이자 공범이란 비판을 받은 지 11년 만에 공개석상에서 사과했지만, 이마저 본부장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보였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마련한 과학기술계 정책간담회에서 박 본부장은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황 박사 사건으로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준 책임을 통감하며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각계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국가 지식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체계를 만들고 싶은 게 꿈이고, 이번이 그 꿈을 이룰 마지막 기회”라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황 박사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경위에 대해서는 “2004년 논문 발표 2년 전부터 같이 줄기세포 기획을 했고, 그런 이유로 황 박사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겠다고 전화를 했는데 이동 중이라 신중하지 못하게 ‘오케이’를 했다”고 해명했다. 박 본부장은 “시간을 갖고 고민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도 이날 박 본부장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박 본부장의 과(過)와 함께 공(功)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박 대변인은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 사건 당시 과기보좌관이어서 그 사건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IT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경쟁력은 참여정부 시절 가장 높았다. 그 점에서 박 본부장은 공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때 과기부총리제와 과기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주역 중 한 명”이라며 “그래서 그의 과가 적지 않지만 과기혁신본부장에 적임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박 본부장은 간담회 시작 5분 전쯤 도착해 카메라 세례에도 차분한 표정으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황 박사 사건에 대해 사과하기 전에는 초조한 듯 과기정통부 직원에게 “물을 달라”고 했다. 언론 질의응답 시간에 뒤늦은 사과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자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회의실 밖에서 ‘임명 철회’를 요구한 전국공공연구노조는 “과학자의 연구윤리를 저버린 사건을 이렇게 사과 한마디 하고 넘어가면 끝나는 것인가”라며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날 정책간담회는 박 본부장 임명 이후 과기혁신본부가 처음 마련한 공식행사다. 문재인정부가 신설한 과기혁신본부 운영 방향에 대해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지만 참석자 중에는 참여정부나 현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장이 많았다. 면죄부성 정책간담회를 준비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장차관이 임명되면 항상 정책간담회를 열었고 참석자들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 교수들도 박 본부장 사퇴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자연대와 의대 등을 중심으로 발기인 30여명이 성명서 초안을 만들어 전체 서울대 교수 2,000여명에게 이메일로 서명 참여를 독려한 뒤, 다음 주쯤 결과를 담은 공동명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인단체 '변화를꿈꾸는과학기술인네트워크(ESC)’가 진행중인 서명운동에는 이틀 만에 1,800여명이 참여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과학기술계 정책간담회가 열린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회의실로 들어가기 위해 사퇴 촉구 피켓을 든 공공연구노조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과학기술계 정책간담회가 열린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회의실로 들어가기 위해 사퇴 촉구 피켓을 든 공공연구노조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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