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등록 : 2016.11.30 19:18

‘뉴욕타임즈’와 다른 길 가는 신문들의 유료화 분투기

등록 : 2016.11.30 19:18

콘텐츠 유료화는 신문사의 오랜 고민이다. 구독료보다 광고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신문사들은 이 문제로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털 사이트 등에서 독자들이 무료로 뉴스 콘텐츠를 보는 문화가 일찍부터 정착된 한국과 달리, 해외 신문사들은 일찍부터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 유료화 전략을 실험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월스트리트 저널이 채택한 부분 유료화(제목과 일부 기사만 무료, 전문 제공 등은 유료)와 뉴욕타임스 등이 채택한 종량제(일정량 기사만 무료, 그 이상 보려면 유료), 완전 유료화 모델 등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처럼 높은 독자 충성도와 구독자 수를 갖고 있는 매체가 많지 않다 보니, 다른 매체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 유료화를 실험하고 있다. 지난 8~10일 싱가포르에서는 세계신문협회 주최로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DMA) 2016’ 컨퍼런스가 열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참석한 이 컨퍼런스에서는 각각 독일과 프랑스에서 유료 콘텐츠 모델에 성공한 빌트와 리베라시옹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독일 빌트, ‘팔리는 콘텐츠’만 골라서 유료화

빌트 디지털의 총괄 매니저 토바이어스 헤닝. 세계신문협회 제공

독일의 일간지 빌트는 유럽에서 가장 큰 신문사로, 공룡 미디어그룹 악셀 스프링거의 계열사다. 빌트는 연예와 스포츠 등을 중요하게 다루는 대중지로 발행 부수만 250만부 이상이다. 빌트는 콘텐츠 유료화 정책인 ‘빌트 플러스’를 성공시키면서 디지털 구독자수도 33만명 이상을 확보해 콘텐츠 유료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빌트가 유료화에 나선 것은 신문 판매 부수가 급감하면서부터다. 2013년 빌트 플러스 출시 당시 유료화 모델은 완전 유료화인 더 타임즈(영국), 종량제인 뉴욕타임즈가 있었다. 빌트 디지털의 총괄 매니저인 토바이어스 헤닝은 “빌트는 뉴욕타임즈처럼 정치나 경제 중심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기사 길이가 짧으며 사진 등 이미지가 주로 되는 신문”이라며 “빌트는 신문의 85%가 가판에서 팔릴 정도로 몇 년씩 구독해서 보는 신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존 유료화 모델과는 달라야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빌트의 유료화 정책은 처음부터 ‘팔리는 콘텐츠’에 집중한 전략이었다. 독자를 끌 수 있는 콘텐츠를 유료화하기로 결정하고 빌트는 편집국에서 직접 유료화할 기사를 골랐다. 빌트 플러스의 유료화 상품은 매달 5유로(약 6,200원)씩 내고 프리미엄 기사를 볼 수 있는 상품과 매달 10유로(약 1만 2,500원)를 내고 신문 PDF까지 제공받는 버전의 두 가지다. 빌트 플러스에서 인기 있는 유료 콘텐츠 중 하나는 바로 축구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과거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었지만 독점 제공하며 유료화하자 독자들은 돈을 내고 콘텐츠를 사기 시작했다.

헤닝은 “빌트니까 범죄나 선정적인 기사, 연예 기사에만 사람들이 돈을 쓸 거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양질의 기사, 가치가 있는 기사, 특종 기사, 편집이 잘 된 기사 등을 돈을 내고 봤다”며 “빌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사 중 하나는 지난해 알프스에 추락한 저먼윙스 9525편과 관련한 기사였다”고 말했다.

유통 경로의 혁신 역시 중요했다. 웹과 모바일에서뿐만 아니라 앱 접근성도 높였다. 빌트의 경우 아이튠스에서의 성공이 주효했다. 여기에 여러가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독자 연령층을 세분화해 가격 실험을 반복하면서 독자들이 지갑을 열도록 유도했다. 헤닝은 “콘텐츠 유료화로 뉴스룸 문화가 바뀌었다”며 “굉장히 열성적인 편집팀이 뒷받침 되어야 프린트에서 디지털로 변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리베라시옹, ‘방문 횟수별 유료화’전략

리베라시옹의 자비에 그랑지에 최고기술경영자(CTO). 세계신문협회 제공

1968년 5월의 학생혁명인 ‘68혁명’ 당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창간한 리베라시옹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좌파 일간지다. 리베라시옹은 현재 10만부 가량을 찍어내고, 종이신문 구독자는 2만7,000명 정도이지만 디지털 유료 구독자 수는 1만 명에 달해 프랑스의 4대 일간지이면서 8대 뉴스 웹사이트에 속한다.

리베라시옹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종이 신문과 디지털 유료화 수익을 합친 구독료 수입과 광고료 수입이 50대 50의 비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자비에 그랑지에 리베라시옹의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웹사이트 방문자들이 구독자가 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며 광고보다 유료 구독자를 늘리는데 무게를 두고 있는 전략을 설명했다.

리베라시옹의 유료화는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2012년 리베라시옹은 신문으로 발행된 모든 콘텐츠를 디지털 구독자에게 단 48시간만 제공하고 그 이후에는 디지털로 된 콘텐츠를 보지 못하게 하는 유료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트래픽이 증가하지 않고 업무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었다.

유료화 2단계인 2014년에는 새로 웹사이트를 개편하며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했다. 단 유료 구독자들에게는 지면 PDF판을 모든 기기에서 볼 수 있도록 하거나 독점 뉴스레터, 무료 연극, 공연 등의 회원제 서비스, VIP 클럽 등의 부가 가치를 제공했다. 그러자 트래픽과 광고가 늘기 시작했다.

2014년의 전략이 성공하면서 올해에는 하루 방문자수가 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유료 구독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랑지에 CTO는 “우리는 이 단계에서 ‘우리의 콘텐츠가 정말로 독창적인가? 독자들이 기사를 읽은 후 유료 구독을 할 것인가? 독자들이 돈을 내고 다시 올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가?’ 등을 자문했다”고 말했다.

리베라시옹이 진단한 현재의 문제는 이러했다. ‘우리 콘텐츠에 오피니언은 있지만, 독자들이 돈 내고 살만한 특별한 것은 없다. 즉, 뉴욕타임즈처럼 기사 종량제를 실시할 정도로 매력 있는 콘텐츠를 우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판단한 리베라시옹은 자사 홈페이지의 구독자와 비구독 방문자의 이용 형태를 분석한 뒤, 개별 기사가 아닌 사이트 방문 자체를 유료화 대상으로 삼았다. 그랑지에 CTO는 “우리 사이트에 매일 방문하는 비구독자들을 모두 구독자로 돌린다면, 무료일 때 100만 페이지뷰가 기록할 수 있는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었다”며 “이 분석에 따라 우리는 방문횟수를 기준으로 한 유료화 모델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먼저 리베라시옹을 매일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데스크탑 사용자의 경우 10일 중 7일 동안은 무료로 방문이 가능하지만, 여덟 번째 방문부터는 유료 방문만 가능하도록 바꿨다. 모바일의 경우는 열 번 중 아홉 번째까지만 무료, 다음부터는 유료로만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유료구독자는 생각보다 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이들은 월 15유로(약 1만 8,600원)에 달하는 유료 구독 가격을 9.9유로(약 1만2,300원)로 낮췄다. 월 단위 과금 정책은 넷플릭스 모델을 참고했다. 리베라시옹은 이런 방식에 따라 비구독자 중 구독자로 전환되는 비율이 0.1%만 되더라도, 전체 디지털 구독자 수는 10%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랑지에 CTO는 “정치 기사를 읽다가 사회면 기사를 읽는 성향을 가진 독자에게 데이터 분석에 의해 정치 기사를 더 추천하는 등 데이터에 의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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