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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월드 스타’ 나윤선이 미국 산골에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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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월드 스타’ 나윤선이 미국 산골에 간 이유

입력
2017.05.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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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가수 나윤선은 지난달 쿠바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과 한 무대에 섰고 그로부터 불교의 '선(禪)'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허브뮤직 제공
재즈 가수 나윤선은 지난달 쿠바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과 한 무대에 섰고 그로부터 불교의 '선(禪)'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허브뮤직 제공

쿠바 울린 동양의 재즈 스타

“이매진 데어즈 노 헤븐~” 지난달 30일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유네스코 주관 ‘국제 재즈 데이-올스타 글로벌 콘서트’.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가 무대를 소개하자 재즈 가수 나윤선(48)이 존 레논의 명곡 ‘이매진’을 선창했다.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이 반주를 맡아 그의 노래에 선율을 쌓았다. ‘아프리카의 스팅’이라 불리는 카메룬 출신 가수 겸 베이시스트인 리처드 보나 등 각국의 재즈 거장들이 함께 오른 무대에서 동양의 재즈 가수는 주인공이 됐다.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나윤선이 구슬프게 ‘베사메 무초’를 부르자 일부 관객은 눈물을 훔쳤다. 한국인이 부른 라틴 음악을 듣고 운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 순화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나윤선은 “서양의 재즈 음악을 하지만, 내 안의 숨길 수 없는 한국인으로서의 감정의 극한들이 노래에 묻어나 공감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恨)’에 대한 얘기다.

재즈 가수 나윤선의 새 앨범 제목은 '쉬 무브즈 온'이다. 4년 만에 신작을 낸 그는 앨범 제목처럼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미국에서 앨범 작업을 하며 곡에 자유로움을 살렸다. 허브뮤직 제공
재즈 가수 나윤선의 새 앨범 제목은 '쉬 무브즈 온'이다. 4년 만에 신작을 낸 그는 앨범 제목처럼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미국에서 앨범 작업을 하며 곡에 자유로움을 살렸다. 허브뮤직 제공

당일 만나 곡 즉흥 완성… 나윤선의 모험

나윤선은 19일 새 앨범 ‘쉬 무브즈 온’을 한국과 프랑스 등 전세계에 낸다. 2013년 8집 발매 후 4년 만의 신작이다. 가수 루 리드의 ‘티치 더 기프티드 췰드런’ 등 유명한 노래 9곡을 편곡해 다시 부르고, ‘트래블러’ 등 직접 만든 2곡을 실었다. 미리 들어 본 9집은 이전 앨범과 비교해 대중적이면서 자유로웠다.

도전이 변화를 이끌었다. 나윤선은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피아니스트 제이미 사프트와 손을 잡고 앨범을 꾸렸다. 우연히 접한 그의 음악에 빠져 “같이 작업해 보지 않을래?”라고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 이뤄진 깜작 만남이었다. 나윤선은 지난해 11월 짐을 챙겨 비행기를 탄 뒤 태평양을 건너 미국 뉴욕주 우드스톡의 작은 집으로 향했다. 닭을 키우며 전원 생활을 하는 사프트의 집에 3주 동안 출근해 앨범을 구상했다. 녹음은 그 다음달 밥 딜런 등이 작업한 뉴욕의 유명 스튜디오 시어 사운드에서 했다. 나윤선이 미국에서 앨범 작업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녹음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유명 재즈 뮤지션 노라 존스의 드럼 연주자였던 댄 리서 등을 녹음실에 처음 만나 즉석에서 곡을 완성했다. 나윤선은 “음악을 물과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즐기는 작업 방식이 내겐 큰 영감이 됐다.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웃었다.

재즈 가수 나윤선은 한국 보다 해외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오는 25일 프랑스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4월까지 공연 일정이 꽉 찼다. 그는 "올 겨울에 한국 관객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브뮤직 제공
재즈 가수 나윤선은 한국 보다 해외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오는 25일 프랑스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4월까지 공연 일정이 꽉 찼다. 그는 "올 겨울에 한국 관객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브뮤직 제공

회사원서 재즈 스타로… “8년 전 목소리 안 나와 매일 목소리 점검 버릇”

2001년 1집 ‘러플레’를 낸 나윤선은 그간 여러 나라를 돌며 1년에 약 200회의 공연을 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고비도 있었다. 나윤선은 “8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와 병원에 간 적이 있다”며 “그 이후 매일 아침에 일어나 소리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를 점검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나윤선은 “점점 비어가는 걸 느껴” 지난해 안식년을 스스로에 선물했다. 같은 해 여름에는 미국에서 팝스타 비욘세를 비롯해 밴드 건즈 앤 로지즈 공연을 찾아 다니며 음악을 즐겼다. 석 달 동안의 여유를 즐긴 그는 여행을 다니며 12곡이나 새로 썼다.

나윤선도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았다. 의류 회사에 다니다 사표를 낸 그는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의 눈에 띄어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주인공이 됐다. 스물 여섯의 나이에 훌쩍 프랑스로 떠나 평생 관심도 없었던 재즈 보컬을 공부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이 먼저 찾는 ‘재즈 월드 스타’가 됐다.

나윤선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의 공영방송 TV5 몽드의 음악 전문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25일부터 프랑스 쿠탕스 공연을 시작을 영국 네덜란드 독일 미국 등을 돌며 새 앨범 발매 투어 공연을 한다. 내년 4월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 찼다. 한국에서 보다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그는 “재즈는 어떤 장르보다 민주적이고,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라며 의미를 뒀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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