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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트럼프의 비열한 ‘문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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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트럼프의 비열한 ‘문화 전쟁’

입력
2017.07.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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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트랜스젠터 받지 않겠다”

오바마의 복무허용 방침 뒤집어

막대한 의료비용 이유 들었지만

국방비 건보지출의 0.14% 불과

진보진영 비난…보수는 대환영

“위기 벗어나려 사회 분열 이용”

26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저항’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26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저항’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발표가 미국 사회를 또다시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 파문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논쟁이 첨예한 ‘문화 전쟁’을 통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군 장성 및 전문가들과 협의한 결과 정부는 트랜스젠더를 군에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군은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에 집중해야 한다. 군 내부에서 트랜스젠더가 초래할 막대한 의료비용과 혼란을 떠맡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공개한 국방부의 트랜스젠더 군 복무 허용 방침을 완전히 뒤엎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즉각 거센 역풍을 일으켰다. 언론은 우선 ‘엄청난(tremendous)’ 비용 부담을 군 복무 금지의 근거로 내세운 팩트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역 미군 130만명 가운데 트랜스젠더는 2,000~1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성전환 등 이들에게 투입되는 관련 의료비용은 연간 240만~840만달러, 최대치로 잡아도 국방비 건강보험 총지출(62억달러)의 0.14%에 불과하다. 군사전문지 밀리터리타임스는 “국방부는 발기부전 치료에 들어가는 예산(8,400만달러)과 대표적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구입(4,160만달러)하는 데에만 트랜스젠더 의료비보다 각각 10배, 5배 많은 돈을 쓴다”고 꼬집었다. 국방비 운용이 휘청거릴 정도는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그간 성소수자(LGBT) 문제에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트럼프의 태도를 보면 트랜스젠더 이슈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해진다. 그는 지난해 6월 대선 후보 시절 “성소수자들의 자유와 신념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올해 1월에는 대선 공약을 뒤집고 성소수자 권리를 보호하는 행정명령을 존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2월 성전환 학생들이 성정체성에 맞게 화장실을 선택하도록 한 오바마 정부의 지침을 폐기해 화장실 사용을 둘러싼 교육현장의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최근에는 강경 동성애 반대론자인 피터 호크스트라 전 연방 하원의원을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네덜란드 대사로 지명하는 강수를 뒀다.

워싱턴포스트는 “논쟁을 좋아하는 대통령이 지지 기반인 보수부대를 끌어 모으기에 트랜스젠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며 “러시아 스캔들과 기록적인 낮은 지지율에 직면한 트럼프에게 문화 전쟁은 일종의 대체 선택지”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전략은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 “용감한 개인들에 대한 비열한 공격(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진보진영의 반응은 예상대로 비난 일색이다. 다양성이 생명인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들을 복무하게 하라(#LetThemServe)”는 해시태그를 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들이 급속히 퍼지는 등 성소수자 차별 반대 운동은 미 전역으로 확산될 기세다.

반면 우군 역시 명확하다. 극우매체 브레이브바트의 전 편집장 밀로 야노풀로스는 “대통령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트랜스젠더를 최전선에서 몰아냈다”는 격한 표현을 동원해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AP통신 등 미 언론은 “이미 성정체성을 밝힌 트랜스젠더 군인의 퇴출과 의료혜택 지속 여부 등을 놓고 혼란이 불거질 것”이라며 “트럼프가 미국을 계속 들끓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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