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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이 미래다] 문화생활은 인권... "요람에서 무덤까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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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이 미래다] 문화생활은 인권... "요람에서 무덤까지 필요"

입력
2017.12.13 17:5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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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모든 국민이 문화예술 교육과 체험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제정된 지 12년이 흘렀다. 이 법을 근거로 출범한 특수법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통해 2,400만명(2017년 10월 기준 누적)이 문화예술교육의 수혜를 받았다. 5개로 시작한 사업은 45개, 예산은 89억원에서 1,325억여원(2017년 기준)으로 증가했지만 일반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 내년 초 정부의 문화예술교육 5개년 계획 발표를 앞두고 국내 문화예술 교육의 현황과 한계, 미래를 매주 목요일 세 차례 걸쳐 짚어본다.

7일 강원 평창군 진부초등학교에서 주피터 아트랜드의 교사 캐서린 오 브리언(가운데)이 학생들과 함께 설치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7일 강원 평창군 진부초등학교에서 주피터 아트랜드의 교사 캐서린 오 브리언(가운데)이 학생들과 함께 설치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7일 오전 강원 평창군 진부초등학교. 스코틀랜드 문화예술교육기관인 주피터 아트랜드의 교사 캐서린 오 브리언이 아이 60여명에게 조각가 안토리 곰리의 설치작품 ‘창공’ 사진을 선보이며 설명을 했다. “아주 먼 별에 살던 남자가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로 떨어졌어요. 지금 막 땅에 착지한 남자는 이 곳이 신기한가 봐요.”

5명씩 조를 짜 팀플레이가 시작됐다. 한 명이 ‘지구에 떨어진 탐험 남자’의 몸짓을 표현하면 4명이 드로잉을 하고, 이 그림 중 한 편을 골라 함께 조각물로 만들었다. 수업에 참여한 권시연(8)양은 “상상력을 그림과 공예로 만들어 본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주석(8) 군 역시 “학교 수업은 보통 선생님 말씀 듣고 공부하는데 친구들하고 같이 뭔가를 만들어보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평창문화올림픽 1학교 1국가 문화교류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이 수업은 전날 서울 상암동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문화예술교육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시행됐다. 케이트 래섬 주피터 아트랜드 교육총괄은 “아트랜드는 원래 민간 미술 소장품을 선보이기 위해 만든 전시장인데, (지속 운영을 위해서는) 관람객이 창의력과 감성을 갖는 게 중요해 무료 예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10세 전후 아동 교육을 시작으로 점차 연령층을 확대했고, 지난해부터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까지 선보인다. 브리언은 “같은 프로그램을 적용해도 연령별로 반응이 다르다. 반응을 보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영국 히어코드셔의 예술센터 코트야드의 페니 알렌 매니저는 문화예술 교육이 세대 간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지난 5~6일 영국문화원ㆍ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이 주최한 한ㆍ영 컨퍼런스 참석한 그는 코트야드의 노인 문화예술 교육을 시연하면서 다양한 세대가 “창의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유대감과 공동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코트야드는 유아부터 노년까지 세대별 교육은 물론 전 세대가 참여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7일 강원 평창군 진부초등학교에서 주피터 아트랜드의 교육총괄 케이트 래섬(왼쪽 네번째)이 학생들과 함께 설치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7일 강원 평창군 진부초등학교에서 주피터 아트랜드의 교육총괄 케이트 래섬(왼쪽 네번째)이 학생들과 함께 설치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한국은 2013년 문화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모든 국민이 차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ㆍ향유할 권리를 지녔다는 점이 법으로 명시됐다. 서지혜 인컬쳐컨설팅 대표는 “문화가 특정 대상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전 일생에 걸쳐서 필요하다는 것으로 전제가 달라진 것”이라고 요약했다. 정부의 문화예술교육이 창작을 위한 도구에서 일상에서의 정서적, 인지적 일깨움을 주는 ‘심미적 교육’으로 방향이 전환된 것도 이 무렵이다. 2014년 정부는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생애주기별 특화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제공, 지원하고 있다. 예술강사 지원사업ㆍ꿈다락 토요문화학교(아동 청소년), 근로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중장년), 노인 복지관 문화예술교육, 예울림페스티벌(장애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문화예술 교육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서지혜 대표는 “영국, 미국 등 문화예술 교육이 발전한 국가의 경우 민간도 공적 영역도 아닌 제 3의 영역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며 “예술단체가 문화교육을 예술 활동의 일부로 여겨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한국은 그 영역의 발전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 교육 상당 부분이 정부 사업에 국한해 진행되기 때문에” 교육기관, 예술교사의 역량으로 이어지지 않고 일시적 교육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문화예술에 관한 모호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학교와 사회로 이원화된 문화예술 교육 지원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오세곤 순천향대 교수는 “정부의 ‘생애주기별 문화예술 교육’이 큰 틀에서 맞는 방향이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누락된 계층이 많다”고 지적한다. 오 교수는 “교육 대상을 크게 학교, 사회 두 영역으로 구분했는데, 초ㆍ중ㆍ고등학교에 파견되는 예술강사가 유치원, 어린이집은 시범사업 정도로 국한돼 파견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사회 영역은 노인, 북한 이주민 등 소외계층 일부에 집중됐다. 예산 등 현실적 이유가 있지만 교육 관점에서 더 투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보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연구보고서 ‘문화예술교육 지원정책 분석 및 개선방향’에서 잠재 수요를 발굴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계층별 문화예술에 관한 ‘특화된 통계’가 필요하며, 추적 조사를 정기 수행해 정책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최 연구원은 “(중앙정부가 지방 지역센터에) 가이드라인 하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센터 수준에서 지역별 현황 및 수요 파악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발전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로 일반 시민과 문화예술교육계를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 대토론회’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박혜인 인턴기자 (중앙대 정치국제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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