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예약등 끄고 “어디 가세요” 걸리면 “콜 받았다” 발뺌

알림

예약등 끄고 “어디 가세요” 걸리면 “콜 받았다” 발뺌

입력
2017.12.25 04:40
10면
0 0

예약 없는데도 예약등 켜놓거나

빈차등 아예 끄고 영업하는 등

단속 피하려 그럴싸한 핑곗거리

서울시, 이달 기사 420명 적발

서울시가 19일 택시승차거부 현장 단속을 벌이고 있다. 시의 대대적 단속에도 연말 택시들의 승차거부가 갈수록 교묘해지며 되풀이되고 있다. 사진=박주희 기자
서울시가 19일 택시승차거부 현장 단속을 벌이고 있다. 시의 대대적 단속에도 연말 택시들의 승차거부가 갈수록 교묘해지며 되풀이되고 있다. 사진=박주희 기자

19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빈차등과 예약등을 모두 소등한 법인택시 한대가 잠시 정차하더니 창문을 살짝 내려 길거리 승객들을 훑었다. 기사는 택시를 기다리던 외국인 3명과 행선지와 관련한 대화를 주고 받는 듯싶더니 승객들을 태우지 않고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그 순간 서울시 소속 승차거부 단속 공무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택시를 길 한 편으로 세웠다.

순간 또 다른 단속공무원 3명이 택시를 에워쌌다. 단속원들은 차량 번호판과 기사의 인적사항 등을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기사와 승객을 인터뷰하는 등 각기 맡은 업무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승차거부 단속에 택시기사가 “콜(예약)을 받아 손님을 태울 수 없었다”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이미 단속원의 카메라와 녹음기에 모든 기록이 남은 후였다.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잦은 술자리로 시민들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지만, 이들이 택시를 잡아 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택시기사들이 ‘돈 되는’ 손님들만 골라 태우기 때문이다. 해마다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지만 기사들은 날로 교묘한 수법을 개발해 단속반의 눈을 피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빈차등을 아예 끄거나 예약손님이 없음에도 예약등을 켠 상태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모두 단속에 걸렸을 때 핑계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날 오후8시부터 다음날 오전2시 사이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소등위반으로 적발된 택시기사 2명은 모두 “다른 손님의 예약을 받고 이동하던 중이었고, 예약버튼은 고장 났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한 기사는 택시를 길거리에 세워둔 채 단속반과 4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단속 현장에 나온 송모 주무관은 “택시기사들이 대부분 그럴싸한 핑계를 대며 항의해 한 시간 넘게 단속이 중단된 적도 있다”며 “‘다른 손님들의 예약을 받았다면 예약등을 켜야 하고, 예약등이 고장났다고 해도 길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들과 길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어도 막무가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택시 승차거부를 사전에 방지기 위해 ▦강남대로 ▦종로 ▦홍대입구 ▦신촌 ▦사당역 ▦동대문ㆍ명동 등 거점지역 10곳에 4인1조의 단속반을 투입시키고 있지만 승차거부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달 1~19일 예약등 표시위반 택시 44건, 소등위반 택시 206건 등 총 420명의 택시기사가 승차거부 단속에 적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동대문과 명동을 오가며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거리라는 이유로 대부분 승차거부를 당하고 있다”며 “이를 단속하기 위해 영어ㆍ중국어ㆍ일어 회화가 가능한 단속원을 투입시켜 외국인 대상 승차거부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