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40.9% 득표로 새 대표 당선
최고위원 5명 중 4명 친박계가 차지
“쇄신 비전 실종, 친박만 남아” 비판
새누리당의 당심은 ‘그래도 친박’이었다.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이정현(58ㆍ3선ㆍ전남 순천) 의원이 호남 출신으로 첫 당 대표에 선출됐다.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친박계가 4명이 당선되면서 새누리당은 4ㆍ13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도로 친박당’으로 회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신임 대표는 당원ㆍ대의원 투표(7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4만4,421표(40.9%)를 얻어 당 대표에 올랐다. 박빙이 점쳐진 비박계 주호영 의원(3만1,946표), 범친박계 이주영 의원(2만1,614표)을 큰 표 차로 따돌린 압승이었다. 당 대표와 분리해 치른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조원진ㆍ이장우ㆍ강석호(득표 순)의원이, 여성몫과 청년몫은 최연혜 의원과 유창수 후보가 당선됐다. 강 의원을 제외한 최고위원 4명은 모두 친박계로 분류된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여권에 불어 닥친 ‘친박 패권 심판론’에도 당권을 친박계가 장악하면서 청와대는 ‘친정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이 신임 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 좋아하는 ‘거위의 꿈’이란 노래의 가사처럼 주위의 비웃음에도 꿈을 키워왔고 이 자리에 섰다”면서 “국민들은 이제껏 없던 정치개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대는 사실상 친박계와 비박계의 총력전으로 치러졌으나 ‘박심’(朴心)의 승리로 끝났다. 비박계는 김무성 전 대표가 비박계 후보 단일화를 자극하며 지원에 나섰으나 막판 친박계 표가 결집되면서 당권 장악에 실패했다. 최경환ㆍ서청원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위기에 처했던 친박계에선 “차선인 이정현을 밀자”는 ‘오더’가 돌기도 했다.
이번 전대에서 당 대표에 이어 최고위원마저 친박계가 ‘싹쓸이’한 것에 대해 당내에선 “현재 권력의 힘을 실감한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계속되는 여론의 ‘친박 심판론’과 상반된 결과로 인해 “쇄신, 혁신의 비전은 사라지고 친박만 남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여권 관계자는 “비박계에서 거물급 주자를 내지 못한 데다 친박 조직이 탄탄해 표가 쏠렸다”며 “친박계가 패권 유지를 위해 대거 투표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대에 참석한 것도 대의원들의 현장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의 상징색인 빨강 재킷을 입은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정부에 힘을 모아 주시고 우리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다면 나라가 편안해지고, 경제도 되살아날 수 있다”며 당청일체론을 폈다. 한 의원은 “대의원들이 ‘박근혜’를 연호하며 환영하는 걸 보니 ‘친박 심판론’은 어디로 갔나 싶었다”며 “건재한 ‘박심’이 승부를 갈랐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친박계로선 정권 후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당청관계변화는 물 건너갔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당청관계에서 당의 목소리가 되레 더 작아질 우려가 있다”며 “노선ㆍ정책ㆍ공천방식 등 혁신 과제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