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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12월 20일] 철도에 내부경쟁을 도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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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12월 20일] 철도에 내부경쟁을 도입하라

입력
2013.12.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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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이 12일째를 맞았다. 연일 사상 최장 파업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언제쯤 풀리리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정부의 불법파업 규정에 따라 경찰은 전국적 노조사무실 압수ㆍ수색과 주요 노조간부 체포를 적극화하고 있고, 철도노조는 어제 서울 도심의 '상경 투쟁'과 같은 시민ㆍ사회단체와의 연대투쟁으로 맞설 태세다.

양측의 정면 충돌은 이번 파업이 합법파업인지 불법파업인지, 파업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한 법적 관심부터 일깨운다. 정부의 '불법파업' 규정은 어디까지나 잠정적이어서, 법원 판단이 나와봐야 확실히 가려질 수 있다. 합법파업의 핵심 요건인 근로조건 관련 파업이 아니라 정부 정책을 문제 삼은 파업이라는 정부의 지적과 달리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의 이유로 임금인상 요구도 내걸었다. 이른바 '민영화' 우려도 근로조건과 완전히 무관한 문제라고 단언할 수 없다. 법원이 경찰의 체포영장 청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는 체포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일 뿐 파업의 불법성까지 확인해 준 것이라고 확대 해석할 이유도 없다.

길게 지켜봐야 할 이런 법적 논의와 달리 이번 사태의 출발점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권을 둘러싼 정부와 철도노조의 시각에 대해서는 짚어볼 때가 됐다. 정부 입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 연초에 걸친 논쟁에 비해 결과적으로 크게 후퇴했다. 당시 정부는 수서발 KTX 사업운영권을 민간업체에 맡길 방침이었다. '민영화'라는 말 자체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을 감안해 '운영 위탁'등으로 표현했지만, 일반인의 언어감각에는 바로 '민영화'구상이었다.

이와 달리 최근 코레일 이사회가 의결한 '자회사에 의한 수서발 KTX 운영' 방침에서 민영화 의도를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언제든 간단히 정관을 바꾸어 민영화할 수 있다는 철도노조의 주장은 정치ㆍ사회 현실에 비추어 너무 억지스럽다. 정부의 거듭된 공언으로 보아 박근혜 정부에서는 우선 불가능하고, 그 뒤의 정부도 논란의 재연이 뻔한 문제를 함부로 손댈 수 없다.

그런데도 철도노조가 '철도 민영화 저지' 피켓을 내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 언뜻 무슨 문제든 그 실질과 무관하게 일단 이미지와 색깔만 규정되면 정치 문제로 변질해 최소한 절반의 여론 지지는 얻을 수 있으리라는 안이한 생각 때문처럼 비친다. 그러나 이번에도 일부 그런 경향은 나타났지만 전체적 여론 반응이 연초보다는 많이 싸늘해졌음을 철도노조라고 모를 리 없다.

철도노조가 체질적으로 모든 형태의 경쟁 도입을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게 그 때문이다. 2월2일자 칼럼에서 '수서발 KTX 운영권 입찰 경쟁'에 철도공사도 참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출발부터의 경쟁이고, 무성한 특혜 소문도 잠재울 수 있다고 썼다. 코레일이 주도하는 별도 자회사에 운영권을 맡긴다는 정부 구상은 철도노조 입장에서는 한결 진전된 내용이다. 그런데도 철도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니, '민영화' 우려가 진정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현재의 상황에서 수서발 KTX 운영권을 분리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경쟁 도입인지, 철도가 다른 시장에서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만한 경쟁 도입이 가능한지는 여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거주 지역에 따라 선택이 제약되는 마당에 수서 주변지역의 잠재 고객이 워낙 많다.

그러나 '세금 먹는 하마'인 철도를 언제까지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변화의 출발점이 어떤 형태든 경쟁 도입일 것이란 점도 분명하다. 꼭 경영 효율화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만성적 적자 구조를 파헤쳐 구체적 원인을 살펴볼 비교 자료 확보를 위해서라도 경쟁 도입은 필요하다.

자회사를 통한 유사 내부경쟁이 싫다면, 코레일 안에 별도 사업부문을 두어 내부경쟁을 시켜보면 어떨까. 민영화 카드를 버린 정부에 이 정도의 추가 양보가 어렵겠는가. 더욱이 이마저 싫다고 한다면 철도노조의 속마음이야 너무 뻔해지지 않겠는가. 서로의 속셈을 두고 다투는 현재의 싸움을 그래서라도 멈춰 보자.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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