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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임원 영장, 또 기각… 검찰ㆍ법원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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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임원 영장, 또 기각… 검찰ㆍ법원 갈등 고조

입력
2017.09.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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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법원이 사건 중대성 잘몰라”

법원 “편의주의 수사하고 여론전”

최근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인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유례 없는 거친 설전 뒤 13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사건의 한 축인 회계사기 부분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KAI 임원의 영장도 기각되면서다. 공교롭게도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원을 겨냥한 비난을 작심 비판하고 난 뒤 또 한번 검찰이 공들이는 수사에 제동이 걸렸고, 검찰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찰은 법원이 사건의 중대성과 수사 흐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불만을 드러낸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최근 법원이 국가적 해악 정도가 심한 사건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음에도 기각하고 있다”며 “방산비리 등 큰 수사에서 검찰의 수사방향과 의지를 영장판사가 헤아리지 않고 형사소송법상의 증거인멸과 도주우려 잣대만 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국가정보원 민간인 댓글부대 사건 등 굵직한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해서도 영장을 연거푸 기각하면 정의 관념과 국민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수긍하기 힘든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큰 지장이 초래되면 결국 국가적 혼란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검찰이 편의주의에 따른 수사 필요성만 강조한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다. 서울 소재 법원 형사재판부 부장판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취지에 따라 검찰의 무리한 영장청구를 견제하기 위해 영장판사들이 존재하는데 최근 검찰 행태는 법관에게 모욕감을 줄 정도로 지나치다”며 “검찰이 법원을 수사를 도와야만 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한 형사단독 판사는 “영장 기각을 거듭 부각시켜 여론전을 펴는 건 자신들의 수사상 잘못을 광고하는 셈일 수 있다”며 “발부되면 수사가 잘 된 것이고, 기각되면 법원이 무조건 잘못한 거냐”고 반문했다.

이번 영장 갈등은 길게는 국정농단 사건 때부터 쌓여온 것이긴 하지만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뚜렷하지 않고, 판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는 검찰의 근원적 불만이 없지 않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1심 영장판사들의 판단에 대해 고등법원에서 재차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영장 항고제’가 입법으로 해결되면 검찰의 불만도 줄어들고, 좀더 공정한 영장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판사 입장은 다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영장전담판사 사이에 축적돼온 나름의 심사 기준이 있고, 사건별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며 “세세하게 기준 자체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개 영장 기각사유가 짧고 모호한 데 대한 검찰의 불만도 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기각 사유를 자세히 적어서 주면 수사단계에서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고, 검찰 측에서도 수사기법이 노출돼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검찰에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피의자에게는 방어 가이드라인을 줄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양 기관이 서로 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대립하고,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 계속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수사나 법적 판단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나 수사기관의 필요성에 휘둘리지 않는 한편으로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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