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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콜롬비아에 부는 한국어 열풍

입력
2016.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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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는 북부 안데스산맥을 따라 남북을 펼쳐졌으며 북쪽으로 대서양 카리브 해와 맞닿아 있고 서쪽으로는 태평양을 바라보는 중남미의 관문이다. 이런 지리적 특성의 영향 때문인지 콜롬비아 사람들은 개방적이며 문화적 호기심이 많아서 도심의 대형 마트에는 유럽의 식재료부터 인도나 태국으로부터 수입된 양념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스로를 가리켜 ‘그레꼬-낌바야(Greco-Quimbaya)’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유럽과 같이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의 영향을 간직하면서도 콜롬비아 인디언 문화의 상징인 낌바야의 피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화적 양면성으로 콜롬비아 사람들은 한 세기가 넘는 기간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통스럽고 힘든 싸움을 해야만 했다. 또 1980, 90년대에는 게릴라, 마피아와의 내전이 극심해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콜롬비아는 지난 10년간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국민 스스로가 다양하고 역동적인 유산을 가진 21세기 신인류로 거듭났다.

21세기 콜롬비아 사람들이 새롭게 주목하는 곳은 태평양 시대의 주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다. 개방적이고 호기심 많은 콜롬비아 젊은이들은 새롭게 발견한 태평양을 마주한 이웃인 아시아를 알고 싶어 하고, 그동안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아시아의 문화를 새삼스럽게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중국은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부으며 2007년 콜롬비아에 공자학원을 열었다. 한국도 4년 전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보고타세종학당을 개설했다. 보고타세종학당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통해서 아시아를 바라본다’는 구호를 내걸고 한국 대중문화는 물론 영화와 연극 그리고 한국 먹거리와 예술 교육을 연계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함께 하는 문화 공간도 자주 마련해 왔다. 보고타세종학당에 다니는 중고등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한국어 수업이 없는 날에도 학당에 와서 동아리 활동을 한다. 토요일에는 아침 9시부터 저녁 6~7시까지 학당에 머무는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한류에 대한 관심으로 보고타세종학당을 찾은 학생들이 점차 한국 대중문화에서 한국의 문화와 예술, 사회, 그리고 한국인의 가치관으로까지 지적 호기심의 폭을 넓히는 것을 보며 많은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반이 된 카탈리나 레온은 3년 전부터 보고타세종학당에 다니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케이팝 동아리는 물론 탈춤, 한국 민요반 강좌에서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카탈리나는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이수해야 하는 사회 활동 과정을 보고타세종학당에서 마쳤다. 카탈리나와 같은 많은 젊은이가 보고타세종학당에서 한국어와 문화를 배운 뒤 앞으로 한국 기업이나 한국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또 콜롬비아의 주류 사회에서 활동할 것이다.

콜롬비아에서는 아직 케이팝이나 케이드라마와 같은 한류의 열기가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러기에 보고타세종학당은 학당의 기능 및 역할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보고타세종학당은 한국어와 문화 교육이 ‘일방적인 자국 문화 보급 프로그램'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문화가 호기심 많은 콜롬비아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가는 한때의 유행에 머문다면 이른바 한류는 일본 흉내내기와 같은 콜롬비아 하류 문화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한국은 콜롬비아 사람들이 21세기 태평양 시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태평양의 이웃으로 발전해야 한다. 보고타세종학당이 그 중심에 서서 한국과 콜롬비아 간 교류 및 협력 확대에 기여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을 다짐한다.

양삼일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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