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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명 직접고용하며 ‘80년 무노조’ 깬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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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명 직접고용하며 ‘80년 무노조’ 깬 삼성

입력
2018.04.17 16:5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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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노조 활동까지 보장키로

다른 계열사로 노조 확산 가능성 커

文정부 출범 후 최대규모 직접고용

17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왼쪽) 지회장과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제공
17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왼쪽) 지회장과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제공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약 8,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이들의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1938년 삼성 그룹 창립 이후 80년간 무노조 경영을 추구해 온 삼성의 큰 변화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로 노조 활동이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전자서비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7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이 같은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직접고용 대상은 협력업체 90여 곳에 고용된 서비스기사 약 8,000명이다. 이중 약 700명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이다. 직접고용 8,000명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고 이뤄진 단일 기업 직접고용 중 가장 큰 규모다. 인천국제공항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약 1만명 중 약 3,000명이 직접고용이고, 나머지 인원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다. 지난해 상반기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 소속 설치기사 4,500여명 고용도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서비스지회 및 이해당사자들과 이른 시일 안에 직접고용을 위한 세부내용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직접고용을 위해서 우선 기사들을 고용 중인 협력업체들과 서비스 위탁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생업을 잃게 되는 협력업체 대표들과도 보상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지분 99% 이상을 소유한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 가전제품 수리 등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1998년 삼성전자 서비스사업부에서 분사해 설립됐다. 전국에 지사와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며 지난해 1조2,8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종 특성상 협력업체 직원들이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 형태로 운영됐지만 2013년부터 협력업체 노조인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삼성전자서비스 근로자 지위 인정을 요구했다.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란 주장이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제기된 불법 파견근로 의혹에 대해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도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제기한 근로지위확인소송 1심 선고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2심 판결이 나오기 전 파격적인 직접고용으로 돌아서며 합법적인 노조 활동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 등 8개 삼성 계열사에 노조가 있지만 회사측이 공식적으로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대표지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삼성그룹이 80년간 이어온 무노조 경영을 폐기했다”며 “삼성그룹의 감시자 역할을 하며 삼성의 노조 활동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노사 간 갈등을 해소하면서 회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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