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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도시바 반도체 빅딜…승부사 최태원 또 ‘주사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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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도시바 반도체 빅딜…승부사 최태원 또 ‘주사위’ 던졌다

입력
2017.03.2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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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문 인수 예비입찰 참여

경영권 위해 지분 50% 이상 매입

일본계 펀드와 컨소시엄 구성

기술 유출 우려 잠재울 전략

대만ㆍ美ㆍ中 등 10여개 업체 각축

우선협상자 안 돼도 실사 기회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 인수전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 인수전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 낸드플래시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 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사업 부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2조엔(약 20조원)을 상회할 빅딜 참여는 항상 통 큰 투자로 고비를 극복하며 SK그룹을 키워온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다. 세계 반도체 업계의 지형을 바꿀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최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또 한번 빛을 발할 지 주목된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낮 12시 마감된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참여 제안서를 제출했다. SK하이닉스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 50% 이상 매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지난 1월 미국의 원자력발전 자회사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떼내 자회사를 세운 뒤 지분 19.9%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해외 원전 사업의 추가 부실이 드러나며 결국 지분 100% 매각으로 선회했다.

반도체 업계와 일본 언론 등은 도시바의 매각 예상금액을 약 2조엔 규모로 보고 있으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을 경우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잡았다면 투자금액은 10조원을 상회한다는 의미다. 이는 지분 19.9% 매각 예비입찰 당시 제안한 3조원에 비해 3배 이상 많으며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금액(9조3,000억원)을 뛰어 넘는다.

SK하이닉스가 올해 계획한 시설 투자액은 약 7조원이다. 최 회장이 결단을 내려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보유한 대주주 SK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들이 함께 인수에 나서야 그나마 ‘실탄’ 마련이 가능하다. 최 회장은 2012년에도 3조6,000억원에 SK하이닉스를 인수해 지금의 초우량 기업으로 변모시키며 승부사적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한 재무적 투자자는 일본계 펀드로 알려졌다. 일본 사회에서 일고 있는 해외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 우려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 측은 이에 대해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입찰 참여 여부를 포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이외에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TSMC,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중국 칭화유니그룹 등 10여개 기업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메모리 반도체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돼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에 사용된다. SK하이닉스 제공
낸드플래시메모리 반도체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돼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에 사용된다. SK하이닉스 제공

전력이 끊겨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낸드플래시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증가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은 30% 중반의 점유율로 독주한 삼성전자에 이어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2~4위를 차지했다. 5위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를 품에 안으면 2위 자리를 꿰차게 되는 것처럼 다른 업체들도 단번에 낸드플래시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 저마다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다만 일본에서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미국 기업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욧카이치에 도시바와 공동으로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인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언론이 꼽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다.

SK하이닉스는 설사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지 않아도 도시바 실사란 이점을 챙길 수 있다. 통상 예비입찰을 통과하면 재무구조와 기술정보 등을 매각자가 선별해 제공하고, 인수후보들이 추가 정보를 요청한다. 평면(2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발명했고 집적도가 높은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념까지 최초로 고안한 도시바의 기술력을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도시바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문 분사를 결의하고, 오는 6월 중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매각 완료는 내년 3월 말이 목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실사 기회까지 감안하면 SK하이닉스는 무조건 예비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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