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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동물카페? 설마 농담이겠지

입력
2017.11.24 14: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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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은 세상, 참으로 쉽지 않다. 문제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문제와 대면해서 풀고 한 발 전진하면 발전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문제는 오히려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각자와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 말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뭔가를 했는데도 실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경우이다. 같은 문제를 제법 잘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적어도 앞으로 나아갈 기본적 방향은 수립했다고 여겼는데 현실은 전혀 아닐 때가 있다. 다른 어느 때보다 이때 가장 극심한 절망감과 마주하게 된다.

한 번에 풀리는 문제가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 뭐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거듭해서 원점으로 복귀해야 할 때 우리는 그 동안 대체 뭘 한 것인가 하는 한탄스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가령 최근 미국에서 다시 고개를 든 인종차별 문제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함께 분 극우바람, 연이은 경찰에 이은 흑인 피격 사건 등으로 많은 흑인들은 갑자기 흑인 인권운동 이전 시대로 돌아간 느낌을 받고 있다. 그 동안 미국 사회가 많이 성장했다고 봤는데 그것이 착각이었던가?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허탈해 한다.

이런 현상에 빗댈 만한 우리사회의 이슈는 바로 동물을 대하는 자세이다. 우리사회에서 웬 동물? 내 눈에는 안 보이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그 동안 다각도에서 조망되고 회자되고 논란이 된 각종 동물 관련 문제에 눈을 감고 산 셈이다. 조류 독감 및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그리고 달걀 농약 파동으로 제기된 공장식 사육 문제, 동물원 자체의 윤리적 정당성 및 환경 풍부화와 관련한 동물 복지 문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는 초유의 사태로 촉발된 동물권 문제, 개의 목을 트렁크에 매달고 질주한 이른바 ‘악마 에쿠스’ 및 경주 꽃마차 말 학대 등으로 야기된 동물학대 문제 등등. 물론 동물 관련 문제가 이렇게 끊임없이 등장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동물에 대한 인식의 성장과정 중에 있음을 알려준다고 하겠다. 하지만 위와 같은 논란을 통해 적어도 문제인식은 정립되었고,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건 잘못이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동물 카페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

동물 카페는 말 그대로 동물이 있는 카페이다. 각자가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데려오는 그런 곳이 아니라, 너구리, 미어켓, 날다람쥐, 앵무새, 갈라파고스 거북 등의 야생동물이 음료만으로는 심심하니 볼거리로 갖다 놓은 카페가 요즘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 동물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다고 야생동물이 아니라고 착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은 엄연한 야생동물이고 이들을 지극히 인공적 환경에 놓이게 하는 것 자체가 학대이다. 서식환경을 갖춰서 키워도 정상적 행동생태를 발휘할 수 없기에 야생동물의 사육 자체는 스트레스 상황이다. 하물며 카페 안에다가는! 이를 부정하는 과학자나 동물 전문가가 있다면 그는 그 호칭을 스스로 포기한 사람이다. 인수공통전염병의 가능성과 위생 그리고 사고의 위험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할 필요도 없다. 동물카페의 운영으로 야생동물의 거래와 밀매, 원래 서식지에서의 밀렵과 사냥의 증가만으로도 일고의 가치가 없이 불허해야 하는 업종이다. 커피나 차와 완전히 무관한 생명을 억지로 짝 지우고 공공성이 없는 사업자에게 동물의 안위가 달린 것만으로도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버젓이, 떳떳하게 장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정녕 한 걸음도 앞으로 내딛지 못한단 말인가? 그 동안 온갖 논란을 거쳐 결국 이른 지점이 강남에 자랑스럽게 개장한 동물카페인가? 제발 아니라고 해주길.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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