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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인사이드] 농심, 삼형제 계열분리 착착… ‘갓뚜기’ 돌풍엔 부담

입력
2017.09.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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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식품, 차남-화학, 삼남-유통

후계구도 일찌감치 정리

라면 내년 해외매출 1조 돌파

생수사업도 2025년 1조 기대

농심 본사 사옥.
농심 본사 사옥.

지난 5, 6월 진행된 농심의 지분 변화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5월 4일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자신들이 보유하던 상대방 회사의 주식을 서로 주고받아 각자의 회사 지분을 늘렸다. 신동원 부회장과 장남 상렬씨는 이날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 30만1,500주(지분율 6.5%)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같은 날 신동윤 부회장과 아들 시열씨도 농심홀딩스로부터 율촌화학 주식 207만8,300주(8.3%)를 매입했다. 장남과 차남이 서로 지분을 교환한 것이다.

이 주식 교환으로 장남은 농심홀딩스 지분을 36.93%에서 42.92%로 늘렸고, 차남은 율촌화학 지분을 5.10%에서 13.93%로 확대했다. 농심의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신동원 부회장은 지배력이 한층 강화됐다.

6월 1일에는 신춘호 회장이 자신의 농심 주식 10만주를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증여로 셋째 아들은 1.64%의 지분율이지만 처음으로 농심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재계는 농심의 지분변화를 후계구도 정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신춘호 회장은 일찌감치 3형제의 그룹 내 경영범위를 차별화해 후계구도를 정리했다. 농심그룹은 사주일가가 농심홀딩스를 통해 식품사업인 농심과 화학사업인 율촌화학을 경영하고 있는데, 장남에게는 식품사업을, 차남에게는 화학사업을 맡기고, 삼남에게는 유통회사 메가마트 경영을 넘기며 계열 분리를 준비해왔다. 이번에 삼남에게 농심 지분 일부를 증여한 것은 장남과 차남에 비해 몫이 적은 삼남에게 일부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장ㆍ차남인 신동원, 신동윤 부회장은 10분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다. 하지만 농심가에선 쌍둥이라도 형제 구분이 명확했다. 농심이 2003년 지주회사 농심홀딩스를 신설하고 2010년 장남을 농심홀딩스 대표에 앉히면서 경영권 승계과정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농심을 일군 신춘호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그는 일본 롯데에서 일하다 1965년 한국에서 롯데공업을 설립하고 라면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이 라면사업 진출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신춘호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신 회장은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그 과정에서 두 형제는 의절했고, 신춘호 회장은 선친 제사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31년 된 신라면 누적매출 10조 넘어

농심을 대표하는 상품은 역시 ‘신라면’이다. 올해로 출시된 지 31년이 지났다. 신라면의 누적 매출은 작년 말 기준 10조6,000억원(국내외 기준)에 이른다. 단일 식품 브랜드로 누적매출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신라면이 국내 최초다. 현재는 국내에서만 연간 4,5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데 이는 약 2조원대인 국내 라면시장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이나 지구 최남단인 칠레 푼타아레나스,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까지 파고들었다. 최근엔 미국 월마트 전 매장에서 판매되는 최초의 한국 식품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신라면
신라면

농심은 국내 라면시장이 구조적 정체기에 접어들자 해외진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1997년 칭다오, 1999년 선양 등에 이어 2005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공장을 준공하며 글로벌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해외에서만 7,400억원 어치의 라면을 팔았다. 이르면 내년에 라면 해외 매출 1조원 돌파도 기대하고 있다.

농심은 또 중국에서 생수 사업으로 라면 이상의 성과를 꿈꾸고 있다.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을 투자해 2015년 10월 중국 얼다오바이허 지역에 백산수 신공장을 짓고 생수 생산을 시작했다. 2025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1조원 어치 백산수를 파는 게 목표다.

‘갓뚜기’가 부담스러운 농심

농심은 오뚜기가 ‘갓뚜기’란 칭송을 받고,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들과 나란히 청와대에 초청 받아 방문하는 장면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사실 ‘갓뚜기’의 시작은 농심 때문이었다. 촛불 정국이 한창이던 작년 11월 농심이 국정농단 핵심 인사와 특수관계라는 의구심이 증폭되며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엔 농심의 지나친 보수 경영도 한몫 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농심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이는 과정에서 경쟁 업체인 오뚜기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품을 넘어 오뚜기의 선행과 철학을 칭찬하는 글이 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갓뚜기’란 별명까지 생겨난 것이다.

농심에게 ‘갓뚜기’가 더 불편한 건 최근 라면업계 판도 변화 때문이다. 지난 5월 판매량 기준으로 농심의 점유율이 30년 만에 처음 50%대로 내려앉으며 2위 오뚜기와의 격차가 두 배 이내로 좁혀졌다는 시장조사기관의 발표도 있었다.

2012년 삼양을 제치고 2위로 치고 올라온 오뚜기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으나, 절대 강자 농심은 6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며 견고한 일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후 오뚜기의 점유율이 20%대로 진입하며 쑥쑥 커나갈 때, 농심의 점유율은 2014년 62.1%에서 2015년 61.4%, 2016년 53.8%로 계속 하락했다.

부동의 1위 자리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미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위협적인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건 농심에 뼈아프다.

농심은 또 일감몰아주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대기업집단에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계열사 간 밀접한 내부거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농심그룹은 주력 상품인 라면 제조는 농심이 맡고 율촌화학은 포장지, 라면스프는 태경농산 등이 각각 담당한다.

농심가의 화려한 혼맥도 화제다. 신동원 부회장은 민철호 전 동양창업투자 사장의 딸 민선영씨와 결혼했고, 첫째 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은 박남규 전 조양상선 회장의 4남 박재준씨와 혼사를 맺었다. 신동윤 부회장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여동생 김희선씨와, 막내딸 신윤경씨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결혼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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