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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부추기는 검찰 제도부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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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부추기는 검찰 제도부터 개선해야"

입력
2016.07.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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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적격심사ㆍ부장검사 주임제 등

“실적경쟁으로 검사들 독립성 저해”

“상급자가 아랫사람에 지킬 자세 입법화하고 명시할 필요”지적도

검사 해임 사례/2016-07-27(한국일보)
검사 해임 사례/2016-07-27(한국일보)

김홍영 서울남부지검 검사 사망사건으로 검찰 조직문화의 문제점이 공론화되고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조직문화의 변화가 쉽지 않다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27일 대검 감찰본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관리자들의 올바른 역할 정립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상하 간 효율적인 소통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은 “과연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서열이 엄격하고 상명하복이 지배적인 검찰의 관행에 더해 최근 더욱 관료화가 가속화하면서 검사들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검사들의 침묵에는 검사 개인의 신분과 자율성을 오히려 억제하는 제도들에도 책임이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첫 탈락자를 낸 검사적격심사제도가 그 중 하나다. 원래 검사의 직무수행 능력을 7년마다 평가해 부적격 검사를 퇴출시키기 위해 2004년 도입된 이 제도는 업무 특성상 실적을 정량화하기 어렵고, 1호 탈락자가 명쾌하지 않은 이유로 퇴출된 것으로 해석되면서 오히려 검사들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검사의 신분 보장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인데, 실적경쟁을 시키는 제도 하에서 검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검사적격심사제도는 부적절한 간부를 견제하는 제도로도 활용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상향평가가 없는 상황에서는 평검사 길들이기 수단으로만 악용된다는 것이다.

2월 전국으로 확대시행된 부장검사 주임검사제를 두고도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험 많은 부장검사가 주요 사건의 팀장을 맡아 수사를 지휘하라는 취지지만 평검사들의 권한과 책임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다. 또 다른 검사는 “실적을 압박하는 것은 검찰이 수사기관이라는 본분을 멀리하고 스스로 행정기관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검사의 자살이 처음 알려졌을 때도 서울남부지검 주변에선 개인 문제가 아닌 검찰 조직의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동기 성명서 등을 통해 공론화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도 잠잠했다. 소신발언으로 유명한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만 유일하게 사건 직후 상명하복 문화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올렸을 뿐이다. 검사들은 “후배 검사의 죽음을 두고도 시원하게 말 한 마디 못하는 조직이 돼버렸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평검사들도 “우리끼리 ‘극단적인 선택만은 하지 말자’며 씁쓸한 격려를 주고 받았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예스맨’을 키우는 획일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성찰을 통해 법률과 검사윤리 강령을 손질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 검찰청법 제7조와 검사윤리강령 제12조는 '상급자에 대한 자세'를 규정하고 있을 뿐,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갖춰야 할 마땅한 도리에 대한 규정은 없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공무원에게는 복종의무가 있는데다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와 검사동일체 원칙이 있어서 검사 개개인이 법률상 단독관청이라는 건 허울뿐이고 상급자가 전횡을 일삼을 수밖에 없다. 상급자가 지켜야 할 아랫사람에 대한 자세를 분명히 입법화하고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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