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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설 그 술' 마시기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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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설 그 술' 마시기는 어때요?

입력
2017.03.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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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소설에 나오는 독특한 술을 마시면서 해당 대목을 읽어보자. 시각 후각 미각을 자극하는 독서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각종 소설에 나오는 독특한 술을 마시면서 해당 대목을 읽어보자. 시각 후각 미각을 자극하는 독서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주말 ‘책맥’하러 외출하기에는 소심하거나, 귀찮다면? 특정 소설에 나오는 독특한 술을 마시며 해당 대목을 읽는 건 어떨까. 시각 후각 미각을 자극하는 독서는,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으며 예전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스키가 ‘영혼’이라고 불린다면 씽글몰트야말로 그중에서 가장 정제된 형태이며, 순수한 영혼은 천사뿐 아니라 악마의 것이기도 하다.”

은희경의 단편 소설 ‘중국식 룰렛’은 어느 싱글몰트 위스키 바가 배경이다. 술집 주인 K는 격이 다른 수많은 싱글몰트 위스키를 라벨을 가린 채 같은 값에 내놓고 손님이 직접 골라 마시게 한다. 바에 모인 네 남성이 자신의 삶을 바꾼 우연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이 작품에는 위스키 얘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책에 소개된 싱글몰트 위스키만 17종이다. 인턴으로 입사한 청년이 술집주인이 진짜 갖고 있는지 알아보려 기를 쓰는 술은 맥캘란 55년. 전세계 420병 한정 생산된 이 술은 국내 5병이 수입돼 1,300만원에 판매됐다. 보통 사람들이 도전해 볼만한 라프로익 10년, 그렌모렌지 10년, 달위니 15년은 8만~10만원대로 국내 주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김렛을 제대로 만들 줄 모르네요. 진에다 라임이나 레몬주스를 넣고 설탕과 비터스를 조금 뿌리고는 김렛이라고 부르는군요. 진짜 김렛은 진과 로즈사의 라임 주스를 반반 섞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야 돼요.”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기나긴 이별’은 칵테일 김렛을 유명하게 만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필립 말로’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인 이 소설에서 주인공 테리는 사립탐정 필립 말로와 함께 칵테일을 마시며 저렇게 김렛에 대한 소신을 밝힌다. 소설 속에서 테리는 “진과 라임주스를 일대일로 섞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진과 라임주스를 3대 1 비율로 섞는다. 모든 칵테일이 그렇듯 개인 취향에 따라 얼마든 조절 가능하다.

“바텐더가 메뉴와 물수건을 들고 오자 남자는 메뉴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스카치 하이볼을 주문했다. ‘원하는 브랜드가 있습니까’ 바텐더가 물었다. ‘딱히 원하는 건 없어. 아무거나 괜찮아요. 남자는 말했다.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였다. 간사이 사투리가 슬쩍 잡힌다. 그러더니 남자는 문득 생각난 듯 커티삭이 있느냐고 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여주인공 아오마메는 바에서 하룻밤 잘 남자를 찾던 중 무난하고 평범한 커티삭 하이볼을 주문하는 남자를 발견하곤 그와 자야겠다고 다짐한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서도 소개돼 일반에 친숙하다. 스피리츠(독한 술)를 소다수(진저 에일도 포함된다)로 희석한 음료를 통칭했지만, 위스키에 얼음과 소다수를 층층이 쌓아 올려 마시는 칵테일을 뜻한다. ‘스카치블루 하이볼’ 등 캔 칵테일도 편의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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