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08.30 17:00
수정 : 2017.09.01 16:16

[짜오! 베트남] 온라인 쇼핑몰 급성장…페이스북서 장사하는 직장인들

거래 급증하자 과세 추진까지

등록 : 2017.08.30 17:00
수정 : 2017.09.01 16:16

2,300만명이 온라인 쇼핑몰 이용

매출 4조원 넘고 연 35% 성장

전체 시장 3분의 1이 페북 거래

배송직원 한달 700달러 고수익

한 여성 직장인이 점심 시간에 틈을 내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고객이 배송 직원의 전화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24만동(약 1만2,000원)짜리 상품(가방) 구매를 거부하자 화가 난 쇼핑몰 운영자가 페이스북에 공개된 해당 고객의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꾸미고 과일과 향을 놓아 ‘제사상’을 만들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해당 게시물 아래에는 ‘판매자가 손님을 이런 식으로 죽여도 되느냐’며 판매자를 비난하는 답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예의 없는 소비자 때문에 판매자만 배송비를 날렸다’며 운영자를 옹호하는 글들도 수 천 건이 달렸다.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 인구의 급증으로 온라인 쇼핑몰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원만한 거래를 유도하는 각종 시스템이 미비한 베트남의 한 단면이다.

베트남의 페이스북 쇼핑몰 운영자가 올린 '가짜 제사상'. 사진의 주인공인 고객이 주문한 상품 수령을 거부하자 화가 난 나머지 만들어 올렸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온라인 쇼핑몰 시장 연 30%이상 성장

베트남 최대 규모의 인터넷 매체인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의 온라인 쇼핑몰 이용 인구는 약 2,300만명. 이들이 2015년 한 해 동안 일으킨 매출은 41억달러(약 4조6,000억원)로, 전년(29억달러) 대비 무려 35%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60조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보다 인구(9,300만명)가 두 배가량 많은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 가능성은 큰 셈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결제 등 부실한 각종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유통시장은 매년 30~40%씩 성장하고 있다”라며 “중국ㆍ미국 등 글로벌 업체들은 물론 일반 직장인들까지도 온라인 쇼핑몰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선 현재 중국이 인수한 동남아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자다(LAZADA)가 50%이상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현지 온라인 쇼핑몰인 핫딜(hotdeal), 띠끼(tiki)와 태국계 잘로라(Zalora)가 경쟁하고 있다. 라자다는 종합 쇼핑몰로, 핫딜은 여행과 음식, 띠끼는 온라인 서점, 잘로라는 패션 의류상품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YES24, 롯데가 진출해 있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상황이다.

3분의 1은 페이스북 플랫폼 이용

베트남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페이스북의 약진이다. 자신의 상품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려놓은 뒤 페이스북 메신저로 주문을 주고받는 방식이 널리 확산되어 있다. 물건 배송 시점에 현금으로 결제가 주로 이뤄지는 베트남 소비 문화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41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온라인 유통 거래 중 10억~15억달러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에서는 많은 직장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부업을 한다. 품질 경쟁력은 있지만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가내 수공업 제품, 시중보다 값싼 물건 등을 이 공간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부모님 친구가 제작하는 이불을 판매하고 있다는 히엔(32)씨는 “사진만 잘 찍어 올려놓기만 하면 하루에 4,5건 문의가 들어오고 그 중 1, 2건은 주문으로 이어진다”며 “큰 품 들이지 않고 하루 10만동(약 5,000원) 가량 수익을 올린다”고 말했다. 10만동은 히엔씨의 하루 식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실제 오전 8시, 오후 5시로 출ㆍ퇴근 시간이 확실하고, 급여가 도시 생활을 영위하는데 넉넉하지 않은 이들은 퇴근 후 혹은 주말을 이용해 온라인 쇼핑몰로 ‘투잡’을 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온라인 쇼핑몰 결제는 80~90%가 배송 시점 물건을 육악으로 확인한 뒤 현금으로 이뤄진다.

세무 당국도 주시하는 온라인 거래

페이스북을 통한 상품 거래가 늘어나자 베트남 세무당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상품 거래에도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하노이에 거주하는 페이스북 쇼핑몰 운영자 1만3,422명에게 거래 내역을 신고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현지 시장조사 기관인 큐앤미(Q&Me)에 따르면 하노이, 호찌민 등 도시 거주 인구 67%가량은 전자상거래 경험이 있고, 이 중 절반이 페이스북을 통해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력한 단속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현지 업계의 분석이다. 활발한 온라인 시장 유통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길거리의 오토바이들이 배송 직원으로 흡수되는 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라자다 배송 기사 짠 반 투언(26)씨는 “하루 평균 150개의 상품을 오토바이로 배달하고 있다”며 “주 6일 근무 기준 월 700달러 수준의 소득을 올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베트남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200달러로 월평균 200달러가 채 되지 않으며 은행, 보험사 등 금융업 종사자의 초임은 400~500달러 수준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