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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비트코인과 강남아파트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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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비트코인과 강남아파트의 공통점

입력
2018.02.05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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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비트코인과 강남 아파트는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①먼저 둘 다 일할 맛이 나지 않게 한다. 아이들이 놀이공원 한 번 가자 해도 애써 외면하고 버스ㆍ지하철 환승 요금까지 아끼려고 뛰어 다녀도 월급통장엔 늘 마이너스가 찍히는 게 대다수 국민의 삶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비트코인이나 강남 아파트로 1년도 안돼 수 억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맥이 탁 풀릴 수 밖에 없다. 자린고비처럼 살며 매월 100만원씩 꼬박 8년간 모아야만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1억원이다. ‘다른 사람들이 수 억 원씩 버는 동안 난 도대체 뭘 하고 있었나’하는 열패감에 회사 갈 마음도 안 생긴다.

②비트코인과 강남 아파트는 대한민국 정부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점도 같다. 정부는 가상화폐와 강남 집값이 모두 투기적 수요에 따라 이상 급등하고 있다며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해선 ‘거래소 폐쇄 검토‘ 엄포를 놓은 뒤 실명제를 도입했다. 강남 아파트에 대해서도 8ㆍ2대책과 대출 옥죄기, 4차례에 걸친 세무조사 압박까지 안 통하자 결국 8억원이 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예고했다. 이러한 무차별 공세에 비트코인 가격은 3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고, 강남 아파트도 급등세엔 일단 제동이 걸렸다.

③이미 비트코인이나 강남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앞으로도 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종교적 신념에 가득 차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비트코인이나 강남에 집이 없는 사람들은 내심 가격이 떨어지길 바라는 눈치다. 이렇게 비트코인과 강남 아파트는 좌우로 나뉘고 세대로 갈린 우리 사회를 또 다시 분열시켜 놨다.

④비트코인과 강남 아파트는 ‘교육’이란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도 일맥상통한다. 유독 우리나라 젊은층이 가상화폐에 푹 빠진 이유에 대해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우수한 데다가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 게임에 익숙해 마치 ‘게임 머니’를 벌듯 비트코인에 투자하게 됐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금융 투자 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투기의 광풍에 쉽게 현혹당한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잦은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경제가 선택 과목이 되고 뒷전으로 밀리면서 금융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젊은층이 많다는 지적이다. 강남 집값이 급등하는 과정에도 교육 문제는 빠지지 않았다. 자립형 사립고ㆍ외국어고ㆍ국제고의 우선 선발권 폐지 등은 명문 일반고가 몰린 8학군에 대한 수요를 키우며 강남 아파트 가격에 기름을 부었다. 비트코인과 강남 집값의 해결책은 반드시 교육 문제와 함께 강구돼야 한다는 얘기다.

⑤비트코인과 강남 아파트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가 빙산의 일각처럼 표출된 것이다. 비트코인은 20ㆍ30대에게 ‘흙수저의 마지막 탈출구’로 여겨졌다. 취직ㆍ결혼ㆍ출산ㆍ육아ㆍ내집마련 등이 모두 절망적인 시대,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사회에서 비트코인은 젊은이의 ‘인생로또’처럼 받아들여졌다. 마찬가지로 강남 아파트는 중장년의 로또였다. 어느 새 우리 사회는 한탕주의에 쉽게 빠질 수 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로 변해 있었던 셈이다.

⑥가장 큰 문제는 노동의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수 억 원이 우스워 보이는 세상에서 최저임금이 시간 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오른들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성실하게 일한 사람들이 바보 취급을 당하고 소중한 땀의 대가가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기초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착하게 살고 열심히 일한 보통 사람들이 결국 보상받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비트코인과 강남 아파트는 또 다른 형태의 광풍으로 언제든지 재연될 수 밖에 없다. 박일근 경제부장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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