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BMW, 줄잇는 국내 화재에 3년간 배짱 대응… “한국 고객이 봉이냐”

알림

BMW, 줄잇는 국내 화재에 3년간 배짱 대응… “한국 고객이 봉이냐”

입력
2018.07.31 18:27
수정
2018.07.31 20:57
2면
0 0

#

올해 28대 주행 중 화재 사고

인기있는 디젤모델 520d가 18대

수입차 2위 BMW, 안전엔 눈감아

2015년부터 화재 났지만 조사 안해

#

BMW “EGR 부품 결함이 원인”

한국서 화재 잦은 이유 설명 안돼

일각 “배기가스 기준 회피 탓” 의심

불안한 소유주들 집단소송 나서

30일 낮 12시께 인천 서구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인천김포고속도로) 내 북항터널에서 달리던 BMW 차량에 불이 붙었다. 연합뉴스
30일 낮 12시께 인천 서구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인천김포고속도로) 내 북항터널에서 달리던 BMW 차량에 불이 붙었다. 연합뉴스

BMW 차량의 잇단 화재 사고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BMW코리아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할 만큼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높은 차량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사과는커녕 고객 안전은 뒤로 한 채 리콜 비용을 줄이고자 화재를 개별 차량 문제로만 축소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입차 2위 업체의 고객 상대 ‘폭탄 돌리기’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행 중 또는 주행 직후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은 28대에 달한다. 이날도 인천 경인고속도로를 달리던 420d 차량에서 불이 났다. 28대 가운데는 디젤 엔진 모델인 520d가 절반 이상인 18대다. 520d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1만5,085대나 팔린 BMW의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이는 지난해 BMW 국내 판매량의 25.3%로, 세계적으로도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하지만 이런 인기와는 반대로, BMW코리아가 소비자 안전엔 소홀하다는 비판이 높다. 사실 BMW 차량 화재 사고는 지난 2015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BMW코리아는 그간 “원인 불명”, “파악 중”이라고 설명할 뿐 별도의 정식 조사에는 나서지 않았다. ‘화재 사고는 개별 차량마다의 특수 케이스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연히 고객 불편에 대한 명확한 사과 표시도 없었다.

한 BMW 차주는 지난 2016년 10월 국내 자동차커뮤니티에 “BMW 5GT 운행 중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는 사고를 당했다”며 “BMW코리아 측은 차량에 BMW 정품이 아닌 블랙박스를 장착했다는 이유로 중고차 시세의 15%만 지원해줄 수 있다고 했다”고 적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BMW 측이 화재 사고 대처를 미루는 사이 지난 3년간 520d는 꾸준히 팔려나갔다”며 “이제 와 보면 BMW가 고객에게 ‘폭탄 돌리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왜 한국에서만 화재 잦나

BMW코리아는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26일에야 화재에 대해 제작상 결함을 인정,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화재 사고가 처음 생긴 지 3년만으로, 520d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가 대상이다. BMW 측은 “엔진에 장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이라고 사고 원인을 설명한다. 고온의 배기가스가 냉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흡기다기관에 유입돼, 구멍이 생기면서 플라스틱 재질의 부품에 옮겨 붙어 화재가 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EGR은 디젤차의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해 배기가스 일부를 흡기다기관으로 재순환 시키는 장치다.

하지만 BMW코리아의 설명을 놓고도 논란이 크다. EGR 결함으로 인한 BMW의 화재 사고가 유독 한국에서만 발생하고 있어서다. 해외에서 BMW 차량이 EGR 결함으로 리콜된 적은 없다. 반면 한국에선 이번 사례를 제외하고도 과거 2016년 이전 모델을 대상으로 3차례나 EGR 문제로 BMW 측이 리콜을 결정했다. 이번에 화재가 난 차량 대부분도 2016년 이전 연식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EGR 부품 결함만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강화된 배기가스 배출 기준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이 EGR을 거쳐 더 많은 고온의 배기가스를 엔진 연소실로 보내도록 설정해 화재로 이어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국내 1호 자동차정비 명장으로 인정받은 박병일 명장은 “520d 같은 고성능 차량은 주행거리가 늘수록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흡기다기관에 오일찌꺼기가 많이 쌓인다”며 “다량의 고온 배기가스가 오일찌꺼기와 만나 불이 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량 시스템의 문제도 제기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해외 판매시장의 법규에 맞춰 다르게 적용된 전자제어장치(ECU)를 탑재하는데, 국내에서 판매된 BMW 차량의 ECU에 적용된 조건 중 일부가 잘못돼 EGR 하드웨어에 과부하가 걸려 화재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도 해외에 똑같은 EGR 부품이 들어간다”며 “EGR이란 하드웨어가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만큼 하드웨어와 함께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에 소송까지

BMW 측이 사고원인에 대한 명쾌한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BMW 화재로 인한 리콜 EGR 교환제품 구조 및 기술분석자료를 공개해주십시오’, ‘BMW 화재사고 정부 조사 요구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요구’ 등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일부 BMW 소유주들은 아예 집단소송에 나섰다. BMW 차주인 임모씨 등 4명은 지난 30일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BMW코리아와 딜러사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BMW가 리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개별 차량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로 축소시키려는 의도 하에 벌어진 일"이라며 “2015년부터 BMW 520d 차량에서 다수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지만 BMW는 차량이 전소돼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다며 부품에 대한 점검과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MW코리아는 지난 30일 화재 관련 리콜 업무를 전담하는 고객센터와 전국 서비스센터 운영시간을 주말 포함 24시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회사는 리콜 대상 전체 차량인 10만6,317대에 대해 예방 차원에서 시행 중인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2주 이내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이번 리콜로 불안해하는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부품 수급에 총력을 다해 리콜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