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스티커로, 폰 케이스로, 노란 리본으로… “우린 매일 매일 기억해”

알림

스티커로, 폰 케이스로, 노란 리본으로… “우린 매일 매일 기억해”

입력
2017.04.14 11:04
0 0
단원고 희생자들과 동갑인 김수민씨가 만든 세월호 스티커. 김수민씨 제공
단원고 희생자들과 동갑인 김수민씨가 만든 세월호 스티커. 김수민씨 제공

“우리 나이가 한참 꿈을 꿀 시기잖아요. 그 친구들은 꿈을 미처 꾸지도 못했다는 게 같은 또래로서 마음이 아팠어요.”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3주기를 추모하는 공연과 전시회가 곳곳에서 개최되고, 기부가 활기를 띠고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은 특히나 ‘세월호 세대’에겐 특별한 일이다. 이들은 세월호 희생자들 중 가장 많았던 단원고 2학년 희생자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로, 남다른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한다. 세월호 스티커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인 대학생 김수민(20)씨도 그 중 하나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동갑인 김 씨는 또래들의 사고에 더 큰 아픔을 느끼고 있다. 김씨는 “배 안에 갇힌 꿈도 꿨을만큼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감정이 이입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세월호 참사 3주기 간담회에 참석한 뒤 전공인 조형예술을 살려 노란 리본, 종이 배, 고래 등 세월호 관련 그림이 그려진 스티커를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그가 만든 스티커에는 ‘아빠 엄마를 만난 건 기적 같은 일이었어’, ‘우리 가족 사랑해요’ 등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문구가 담겨있다. 김씨는 “내가 희생자였다면 부모님께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상상하면서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9일까지 진행하는 이 펀딩은 마감 20여 일을 남겨두고 이미 목표액 1백만 원의 81%를 넘어섰다. 김씨는 순수익금을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모두 기부할 예정이다. (크라우드펀딩 바로가기☞

기억할 세월, 세월호 추모 스티커)

프로젝트ㄱ에서 제작한 세월호 스마트폰 케이스. 프로젝트ㄱ 제공
프로젝트ㄱ에서 제작한 세월호 스마트폰 케이스. 프로젝트ㄱ 제공

매일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작업도 있다.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학생인 우창성(23)씨와 강태구(23)씨가 만든 학생 기업 ‘프로젝트ㄱ’은 2015년 세월호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를 담은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사업자 등록으로까지 이어졌다. 참사 1주기와 2주기 때 주변 친구들과 함께 케이스를 만들었다면 올해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섭외해 다양한 종류의 케이스를 선보였다.

케이스의 그림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하나다. 0416, 기억, 노란 종이배 등의 포인트를 통해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또래 학생으로서 마음이 아팠다”며 “참사가 잊혀져 가는 게 안타까워 프로젝트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ㄱ은 세월호 3주기를 맞아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세 번째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이 펀딩의 순수익금 전액은 416기억저장소에 기부된다. (프로젝트ㄱ 바로가기☞ 세월호 기억하기 스마트폰 케이스)

세월호 동아리 화인이 매달은 노란 리본(왼쪽)과 '우리는 기억합니다'의 배지(오른쪽). 화인, 우리는 기억합니다 제공
세월호 동아리 화인이 매달은 노란 리본(왼쪽)과 '우리는 기억합니다'의 배지(오른쪽). 화인, 우리는 기억합니다 제공

이화여대에는 아예 재학생들로 이뤄진 세월호 동아리 ‘이화인세월호동아리화인’(이하 화인)이 있다. 지난해 5월 세월호를 기억하는 노란 리본을 만드는 모임에서 시작한 화인은 주 1회 정기모임을 열고, 세월호 관련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참사 3주기를 앞두고는 추모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학생회관에 추모 전시회를 열고 교정에 대형 노란 리본도 달았다. 화인의 이러한 활동들은 세월호 참사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동아리 회원 구산하(23)씨는 “우리 세대에게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배 타고 가는 일은 흔한 일이다. 누구나 세월호 배에 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연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인 것 같다”며 “세월호 동아리의 활동이 미미할 수는 있지만 이 참사를 끝까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어야 하고, 진실을 알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모(26)씨는 참사 2014년 4월 16일의 기억을 기록하는 ‘우리는 기억합니다(werecall.org)’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한참 진행될 즈음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기억이 잘 안난다”고 말한 대목에 분노한 친구들이 함께 시작했다. 이씨는 “우리는 그날 뭘 했는지 다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왜 그들은 기억이 나지 않을까 의아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해서 세월호 참사 당일 시민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기억해 기록으로 남기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3주기를 앞두고 두 가지 배지를 제작해 세월호 참사 당일의 개인들의 소소한 기억들을 담은 소책자와 함께 후원자들에게 제공한다. 이씨는 “희생자들이 동생 뻘이기에 남 일 같지 않아서 더 세월호가 와 닿았다”며 “젊은 세대가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에 앞장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프로젝트 바로가기☞ 여전히 함께하는 봄, 4월 16일 '우리는 기억합니다' 뱃지)

윤한슬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