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소상공인 불매운동 깃발
시민단체들 재벌개혁 목소리 높여
실적 부진 속 악재 겹쳐
신동빈 롯데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 및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벌이는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다. 경영권 분쟁이 야기한 반(反) 롯데 정서 및 정치권의 롯데법 발의 등으로 다른 대기업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10일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11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여론 악화로 이어지며 그룹 이미지와 기업 가치를 훼손한 점, 재계 전반에 부정적 여론을 몰고 온 점에 대해 사과와 반성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반 롯데 정서는 대규모 불매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700만 회원을 가진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별 소상공인 단체와 함께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 및 결제 거부를 선언하고 롯데마트, 롯데슈퍼에서 물건을 사지 말자는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전국편의점사업자단체협의회 등 40개 단체도 불매 운동에 동참한다. 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골목상권에 과자를 납품하며 국민의 성원과 정부 특혜로 성장한 롯데가 무차별적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짓밟았다”며 불매 운동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오너 집안의 경영권 분쟁으로 직접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반 롯데 정서에 편승해 평소 롯데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반 롯데 정서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롯데가 직접 만든 제과류를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등에서 싼 값에 팔면서 골목상권에 피해를 줬다”며 “이번 경영권 분쟁을 보니 그렇게 번 돈을 일본 지주사와 오너 일가가 가져갔다고 생각해 퇴출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연합회는 전국을 돌며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 신청서를 받고 상점 입구에 롯데카드 거부 및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에서 물건을 사지 말자는 스티커를 부착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비난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놓았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청년유니온 등도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최대 유통 재벌인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을 운영하면서 비정규직 남발이나 독과점 횡포, 불공정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이런 배경에 왜곡된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회사 운영, 반사회적 경영 형태 등이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롯데는 주요 계열사들 실적마저 내리막길이어서 안팎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2분기에 백화점 사업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 줄어든 76억원에 그쳤다. 롯데마트도 전년 동기 9억원 흑자에서 2분기 4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슈퍼도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36% 줄어든 7억원에 머물렀다. 롯데 관계자는 “상반기보다 하반기 실적이 더 걱정”이라며 “경영권 분쟁에 따른 반 롯데 분위기가 실적 악화로 연결되는 징후가 각 계열사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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