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등 없어 손으로 쉽게 풀려
안전 담당 관리자도 대부분 1명뿐
돌발상황 발생할 땐 대처 어려워
경찰, 시설보완 등 늑장 대책 발표
지난 3일 부산 실내사격장에서 홍모(29)씨가 권총과 실탄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민간사격장의 허술한 운영ㆍ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사격장이 총기 고정용 고리에 잠금장치를 달지 않은 것이 총기 탈취를 막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경찰이 4일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대부분 사격장에 안전 담당 관리자가 1명뿐이라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렵고 이용객의 신원확인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부산 사격장의 경우 잠금장치가 없는 등산용 재질의 버클을 고정장치로 사용했다. 마음만 먹으면 버클을 풀고 타인을 겨누거나 업주의 눈을 피해 총기를 탈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행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사격장에 위해방지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고 있을 뿐, 총기 고정을 위한 잠금장치를 설치하라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하지만 사격대에서 권총 방아쇠울에 쇠사슬과 자물쇠로 총기를 고정하는 장치를 달아 총기를 무단 분리할 수 없게 해야 총기 탈취 또는 총기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게 된다. 경찰도 이런 지적에 따라 3일 전국 실탄사격장 14곳을 긴급 점검, 권총 고정장치가 손으로 쉽게 풀리는 등 관리가 부실한 9곳의 영업을 일시 중단시켰다.
이번 사건에서 사격장관리자가 여성업주 1명에 불과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업주 전모(46ㆍ여)씨는 사격장관리자였지만 홍씨의 총기 탈취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밖에도 사격장관리자는 총기(실탄 포함)나 석궁의 대여 및 회수 내용을 대여대장에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이용자의 신분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기본수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 시내 민간사격장도 신분증 제출과 휴대폰 번호 작성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2차 확인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분증에 적혀 있는 주소지가 변경됐거나 사격장을 찾은 손님이 휴대폰 번호를 허위로 작성해도 사격장에 들어서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가벼운 처벌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총기ㆍ실탄 분리보관에 소홀하거나 사격장관리자를 두지 않은 경우 6개월 영업정지에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총기 회수나 안전점검 소홀은 100만원 이하 벌금, 관리자 선ㆍ해임이나 사격장 사고 관련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5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고작이다.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허가가 취소되지만, 타인 명의로 허가를 받아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허점이 있다.
이번 사고로 민간사격장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자 경찰은 총기 고정용 고리 잠금장치 미비 사격장에 대해 시설보완 명령 등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사격장 돌발상황에 대비해 사격장관리자를 포함한 안전요원 2명 이상이 근무할 때만 사격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며, 사격장관리자가 이용자 신원확인 후 대여대장 직접 작성토록 지침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의 사격장은 일선 학교의 공기총 사격장 100여곳을 포함해 214곳이며, 이 가운데 권총을 취급하는 실탄 사격장은 14곳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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