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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특파원

등록 : 2017.06.11 18:16
수정 : 2017.07.01 10:48

[특파원 24시] 물침대서 자는 미국 젖소는 정말 행복할까

등록 : 2017.06.11 18:16
수정 : 2017.07.01 10:48

동물복지 위한 시설개량 한창

우유값 더 받고 생산량도 늘어

“갇혀 지낼 뿐” 행복논쟁 가열

젖소를 물침대에 장시간 앉아 있게 하는 미국 농장의 사육 환경을 풍자한 그림. 유튜브

‘물침대에서 잠을 자고, 언제나 먹을 게 옆에 있고, 원하는 건 뭐든지 마음대로 한다.’

백만장자나 권력자의 호화로운 삶이 아니다. 미국 대부분 농장에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사육 중인 평범한 젖소의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부 캘리포니아부터 동부 메인 주까지 미 전역 낙농가에서 ‘젖소 행복’을 보장하는 시설 개량작업이 한창이다.

사육장 바닥이 물침대로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젖소의 가려운 부분을 자동으로 긁어주는 기계와 사육장을 24시간 순찰하며 먹이를 공급하는 로봇이 농장에 도입되고 있다. 캔자스 주 그린우드에서 젖소농장을 운영하는 스콧 바이어는 “우리 집 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히터와 분무시설을 함께 장착해 사철 내내 축사에 봄바람이 돌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축사에 설치된 자동으로 긁어주는 기계에 몸을 맡긴 미국 젖소. 유튜브

농장주들이 ‘젖소 행복’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행복한 소가 돈 버는 소’이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에 눈을 뜬 소비자들이 행복한 젖소가 만든 우유를 더 비싼 값을 내고 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행복한 젖소가 일반 소보다 훨씬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동물복지’ 개념이 없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젖소의 마리당 평균 우유 생산량은 7,000~8,000ℓ 수준이었으나 2016년에는 40% 이상 늘어난 1만300ℓ에 달한다. 적절한 사료공급과 효율적 농장관리도 원인이지만, 핵심 원인은 젖소의 삶이 안락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농무부 분석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동물복지학과 니나 본 카이저링크 교수는 “25년 전에는 ‘행복한 젖소’라는 개념조차 없었다”며 “축산업이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 낙농가의 호화 시설이 정말 젖소를 위한 것인지를 놓고는 논쟁이 뜨겁다. 물침대는 하루 12시간 이상 소가 앉아 있도록 해 젖을 최대한 생산하려는 장치일 뿐이며, 3~7년가량 실컷 우유를 짜낸 뒤 산유량이 줄어들면 가차 없이 소를 도축장으로 보내는 건 여전하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운동가인 데나 존스는 “농장주들의 투자는 젖소를 위한 게 아니라 결국 더 많은 우유 생산을 위한 조치일 뿐이다. 사육 중인 소들은 여전히 들판에 나가지 못하고 갇혀 지내는 신세”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은퇴한 젖소를 도살장으로 보내 분쇄육으로 만드는 대신 자연사할 때까지 수명을 보장하는 농장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소를 키우려면 우유 1갤런(3.78ℓ)을 14달러 이상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게 대부분 농장주들의 지적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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