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종교시설 침탈… 불심 침해"
경찰 "관음전은 별도 시설로 봐야"
전문가들 "경내 진입한 것 맞다"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견지동 조계사의 관음전을 에워싼 행위를 놓고 경내 침범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부속건물도 종교시설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경찰은 9일 경력 1,000명을 동원해 관음전 진입로를 확보하고 이를 막으려는 스님과 종무원 200여명과 몸싸움을 벌여 출입구 등 동선을 확보했다. 오후 5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진입 작전은 올스톱됐지만, 대웅전이 있는 경내와 관음전을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재설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아래 매트리스도 설치해놓은 상태였다. 관음전은 조계사 남쪽 입구 바깥 부속 건물인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에 자리잡고 있다. 벽이나 울타리로 구분돼 있지는 않으나 지대가 대웅전 앞마당보다 낮아 이동하려면 구름다리나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의 건물진입 준비 과정만으로도 13년 만의 공권력에 의한 종교시설 침탈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2002년 3월 발전노조원 체포를 명분으로 동의 없이 조계사에 진입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경찰의 조계사 관음전 진입은 불심(佛心)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조계종 관계자도 10일 “관음전도 엄연한 조계사의 사유재산”이라며 “경찰이 스님들을 끌어낸 순간부터 강제 침입이 시작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경찰은 관음전을 조계사와 동일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음전은 체포 작전 전까지도 한 위원장의 도주를 막기 위해 경찰들이 배치돼 근무하던 장소인 데다 주차장과 통행로도 있어 별도 시설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권력의 종교시설 진입을 금지하는 법령은 없다. 다만 경찰이 종교단체와 신도들을 존중해 관례상 공권력 투입을 자제한 덕분에 성당과 사찰 등은 일종의 ‘소도(삼한시대 죄인이 도망치더라도 잡아갈 수 없는 특별구역)’ 역할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확장된 종교시설인 관음전도 경내로 봐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어줬다. 한견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기업의 지점에 침입해도 그 회사를 침입했다고 보는 것처럼 확장시설도 경내”라며 “경찰이 진입로를 확보하는 등 명백하게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경내 진입이 맞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어디서부터 경내인지 따지기보다 종교의 신성함보다 법치가 우선이라는 판단이 섰던 만큼 경찰 투입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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