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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뛰고 하루 2만보 훌쩍… “성범죄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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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뛰고 하루 2만보 훌쩍… “성범죄 꼼짝마!”

입력
2017.07.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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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보안관 동행]

몰카 성추행 이동상인 퇴거 등

300명 2인1조로 시민 불편 해결

오후 9시 반 성추행 신고되자

전력질주 3분 만에 현장 출동

13일 오후 서울 지하철2호선 차량을 순찰 중이던 김성태 보안관과 이주연 보안관이 여성 취객이 지하철 차량 바닥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긴급히 받아 적고 있다. 정반석 기자
13일 오후 서울 지하철2호선 차량을 순찰 중이던 김성태 보안관과 이주연 보안관이 여성 취객이 지하철 차량 바닥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긴급히 받아 적고 있다. 정반석 기자

17일 낮 12시 지하철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이른 점심을 먹고 역 안을 순찰하던 김성태(40) 이주연(28) 지하철보안관 눈에 수상한 남성이 포착됐다.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양새가 일반 승객과 영 딴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에스컬레이터를 급히 따라 올라가자 여성 치마 속으로 휴대폰 렌즈를 들이민 모습이 금세 눈에 띄었다. “몰래 카메라 아니오?” 김 보안관이 추궁하자 남성은 손을 떨면서도 “그런 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휴대폰에는 에스컬레이터 위쪽에 있던 여대생은 물론 지난 한 달간 서울대입구역 주변 여성들 치마 속을 찍은 동영상이 수십 편 담겨 있었다.

무더운 여름 지하철 내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5~7월 성범죄 적발 건수는 월 평균 16.3건으로 다른 기간(7.2건)의 두 배 이상. 이를 예방하고 피해 여성들을 보호하고자 서울교통공사는 2011년부터 지하철보안관을 채용하고 있다. 달리는 전동차 안,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화장실 등 어디서든 푸른색 상의 정복을 입은 이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본보 기자가 13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김성태, 이주연 보안관과 동행했다.

두 보안관은 업무 시작과 함께 일단 걷고 또 걷는다. 이날 지하철2호선 강남역과 신대방역 구간을 오가는 전동차와 역사를 거닌 걸음 수만 2만1,916보. 뛰기도 한다. 성추행범 출몰 신고가 오면 전력으로 달린다. 이 보안관은 “흔들리는 차량 안에서는 무릎을 다치기 십상”이라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실제 전동차 수십 대를 갈아타면서 걷다 보니 어느 새 무릎이 아파왔고, 계단을 헛디뎌 구를 뻔한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오후 9시31분, 두 여성 몸을 뒤에서 연달아 밀착한 성추행범이 낙성대역 도착 예정 차량에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3분 만에 승강장에 도착해 탄 전동차 안에는 마침 야구모자를 쓴 50대 추정 남성이 젊은 여성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옆 칸에 서서 성추행 의심 남성을 지켜봤지만, 낌새를 눈치 챈 남성은 곧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피해 여성은 이 보안관에게 “별 다른 감각이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보안관은 “현장에서 채증해야 하기 때문에 성추행이 몰카보다 훨씬 적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단속만 하는 게 아니다. 낮에는 이동상인 퇴거조치를 하고, 밤에는 취객을 상대해야 한다. 오후 11시17분 여성이 술에 취해 쓰러져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급히 반대편으로 건너가 기다리자 4분 후 도착한 전동차 안에 한 여성이 의자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이 보안관이 20여분 넘게 “성추행을 당한 것 같지는 않은지” 등을 물어 정신을 차리게 한 뒤에야 귀가 전동차에 태워 보낼 수 있었다.

두 보안관은 퇴근길에 “매년 7월이면 성범죄가 절정을 이룬다”고 피로를 호소했다. 김 보안관은 “대부분이 상습인데 지난달에는 2년 전 적발했던 20대 몰카범을 다시 잡았다”고 했다. 현재 지하철1~8호선에는 보안관 300명이 2인1조로 승객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에만 몰카나 성추행 등 12만1,799건에 달하는 무질서 행위를 단속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이들을 찾고, 주변에 없다 해도 지하철 콜 센터로 연락하면 당신 곁으로 곧장 출동하는 보안관을 만날 수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13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차량을 순찰 중이던 김성태 보안관과 이주연 보안관이 지하철 차량 바닥에 쓰러졌던 여성 취객을 응대하며 귀가조치 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13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차량을 순찰 중이던 김성태 보안관과 이주연 보안관이 지하철 차량 바닥에 쓰러졌던 여성 취객을 응대하며 귀가조치 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13일 오후 김성태 보안관과 이주연 보안관이 서울 지하철 2호선 한 역사 출구 위에서 에스컬레이터에 출몰하는 몰카범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반석 기자/2017-07-19(한국일보)
13일 오후 김성태 보안관과 이주연 보안관이 서울 지하철 2호선 한 역사 출구 위에서 에스컬레이터에 출몰하는 몰카범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반석 기자/2017-07-19(한국일보)
김성태 지하철 보안관이 최근 3년간 적발한 신종 몰카범들의 범행 도구. 라이터, USB, 시계 등에 작은 렌즈가 부착되어 있다. 김성태 보안관 제공
김성태 지하철 보안관이 최근 3년간 적발한 신종 몰카범들의 범행 도구. 라이터, USB, 시계 등에 작은 렌즈가 부착되어 있다. 김성태 보안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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