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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트럼프의 새 안보팀

입력
2018.04.08 13: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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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개각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자리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앉히고 맥 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강경파 존 볼턴으로 바꾼 것은 국가안보 우선 순위와 태도의 중요한 변화다. 위험한 세계는 더 위험해질 수 있다.

1년이 넘도록 거의 매일 드라마 같은 일을 겪으며 세계는 트럼프 정부라는 현실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감정적으로 외국 지도자를 비난하고 심지어 밀접한 우방에까지 변덕을 부리는 현실 말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미국의 우방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을 협력 상대로 볼 수 없다고 여긴다.

이들은 국제협력을 저해하는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 정책이 낳을 악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에서 탈퇴했다. 최근 트럼프는 이 조치들의 속편을 내놨다. 알루미늄과 강철에 대한 관세 강화인데 일본을 제외한 일부 우방은 그 조치에서 일시 면제되었다. 이는 트럼프 정부를 끌어안기 위해 앞장섰던 아베 신조 총리에게 좋을 리 없다.

이런 상황 때문에 틸러슨과 맥매스터는 어려움을 겪었다. 무기력과 오만은 국무장관에게는 치명적 조합이다. 그런데 틸러슨이 보여준 게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일을 하면서 하루도 편한 날을 보낸 것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마이클 플린을 대신해 환영 받은 맥매스터는 대통령과 소통하거나 부처 간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능력 밖의 일이었던 듯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폼페이오와 볼턴은 트럼프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임기 2년 차 대통령에게 국가안보팀과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결코 작은 업적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어떤 위기 대처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쇠퇴를 저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각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리인 국무장관이 된 것은 폼페이오에게는 중요한 진전이다. 그는 캔자스 연방하원의원을 지냈고 짧은 기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았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2015년 리비아 주재 미 대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국무장관이던 힐러리 클린턴을 몰아붙일 때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당시 폼페이오의 태도는 미국 외교관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바람직한 관심의 표시일 수 있지만 안보와 정책에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폼페이오는 CIA 재임 기간 후자를 보여주었다.

볼턴은 정무적으로 임명되어 몇몇 부처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전통적으로 정치적인 것과 거리가 먼 정부기구와 싸우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트럼프 정부의 관료들은 이런 정부기구들을 ‘숨은 권력 집단’의 일부로 낙인 찍고, 외교관까지 포함해 그런 전문가들을 때만 되면 ‘유화’라고 비난한다. 험하고 관료적인 말 싸움꾼 볼턴이 성취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시작된 그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은 외교적 성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경우 볼턴은 일방주의 성향의 매파 외교가로 여겨지고 있다.

북한 위기 속에서 볼턴과 폼페이오의 성향이 어떤 행동으로 나타날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의 갑작스럽고 일방적 결정의 산물인 북미 정상회담 준비로 맡은 일을 시작할 것이다. 볼턴이 주도하는 외교에 회의적인 공화당 내 많은 사람들은 독재자와 대화는 결국 상황을 독재자에 맡기는 시간 낭비라며 김정은과 만나겠다는 트럼프의 결정을 비난했다. 외교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는 사람들조차 진지하게 의문을 표시한다. 더 이상의 외교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수가 먹히지 않으면 군사적 해결책만 남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볼턴과 폼페이오는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중 트럼프가 격노해서 뛰쳐나오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그럴듯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런 부정적인 결과를 원하지 않는다. 김정은의 초청을 받아들인 것이 현명했음을 입증하려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트럼프도 분명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 같은 방향으로 폼페이오와 볼턴이 얼마만큼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상회담은 잘 준비되었을 때 성공하는 경향이 있다. 볼턴은 미국과 한국의 생각을 조화시키기 위해 그가 자주 양보만 한다고 비판해온 한국 지도자들과 타협하려 들까? 그나 폼페이오는 효과적인 협력의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중국과 공동 작업을 할까?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회담 전에 북한과 만나려고 나서는 것은 누구일까?

대통령은 때때로 모자에서 토끼를 끄집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마술은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이 이끄는 외교관들이 소도구를 준비했을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폼페이오와 볼턴이 그럴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는 경험이 아니라 희망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지프 코벨 국제대학장ㆍ전 국무부 차관보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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