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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궐련형 전자담배

입력
2017.09.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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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행이다. 광복 이전에나 쓰이던 궐련이라는 고색창연하고 생소한 단어를 새로운 첨단제품의 이름에 새긴 것이 이채롭다. 액상 니코틴이 원료인 전자담배와 다르고, 전자기기 도움을 받기 때문에 일반 담배와도 달라 붙여진 이름이다. 궐련(券煙)은 얇은 종이로 말아놓은 담배를 말하니 중복인 측면도 있다. 권(券)은 책 권, 말 권이라는 뜻으로 ‘궐’로 표기한다. 궐련엔 지궐련(紙卷煙)과 엽궐련(葉卷煙)이 있다. 지궐련은 담뱃잎을 썰어 얇은 종이(紙)로 말은 담배로, 통상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래서 ‘전자식 지궐련’이라고 하면 제품의 특성에 가장 가까울 듯하나, 이 명칭도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엽궐련은 담뱃잎을 썰지 않고 통째로 돌돌 말아서 만든 담배로 시가(cigar), 여송연(呂宋煙) 등으로 불린다. 여송(呂宋)은 필리핀 루손섬의 음역으로, 그 지역 생산품이 독하고 향이 좋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옛날 시골 어른들이 사전 낱장에 말거나, 기다란 담뱃대에 넣어 피우던 ‘풍년초’는 각연(刻煙)이며, 영어로는 롤링타바코(rolling tobacco)다. 종이봉투에 넣어 팔던 것이라 ‘봉초 담배’라는 별칭도 있다.

▦ 서울지역은 궐련형 점유율이 5%에 이를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일본은 이미 18%에 이른다. 나도 궐련형으로 바꾼 지 한 달쯤 지났다. 궐련형을 피우다 보면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가장 큰 차이는 궐련형은 뜨거운 전자스틱 열기로 연초를 찌는 방식이다. 반면 일반 담배는 연초를 태우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한다. 일반 담배는 ‘연기’를 뿜지만 궐련형은 ‘증기’를 뿜는 셈이다. 고기를 구워 먹느냐 쪄 먹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맛도 일반 담배와 유사하고, 가래도 안 생기고 숨이 차지 않아서 좋다.

▦ 물론 담배는 끊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아직도 끊지 못했다면 일단 궐련형으로 바꾸라고 권하고 싶다. 시중에 외국산 두 가지가 나와있고 KT&G도 곧 출시할 계획이다. 10만원 가까운 기기 값은 어차피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궐련형 전자담배용 연초 고형물에 대한 세금 인상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궐련형의 세금을 일반담배 수준으로 인상하면 현재 갑당 4,300원인 고형물이 6,0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 정부는 궐련형이 확산하면 세수가 준다고 아우성이지만, 국민 건강도 고려하는 게 어떨까 싶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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