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원
시인

등록 : 2016.03.24 17:50

[이원의 시 한 송이] 자유 지역

등록 : 2016.03.24 17:50

하루 동안 어떻게 불리시나요? 저는 이 글을 쓰기 전 몇 시간 안에도 고객님 선생님 시인님 언니라고 불렸어요.

님 자 보다는 언니가 반가웠지만요. 고객님 선생님 시인님, 그렇게 불린 것보다, 그렇게 들은 건 저라는 사실이 화들짝이지요.

머리 위에 모자를 얹고 있는 거예요. 어떤 때는 몇 개씩 얹지요. 무거움과 자부심은 한 쌍이라는 착각을 자주 하니까요. 모자 정도가 아니라 군모를 쓰고 있는 셈이에요.

군모를 벗어 새장에 담으면 새장 속 새가 군모의 자리에 와 앉지요. 새는 자유의 상징이죠. 지휘관이 물을 때도 ‘네’ 말고 ‘아뇨’ 라는 말로 저항을 지킬 줄 알죠. 지휘관도 군모를 벗으면 군모의 말투에서 벗어나겠지요. 군모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그에 따라 머리에 놓이는 것도 바뀔 테니까요. 아예 군모를 새장 밖으로 벗어 던지면(이내 후회하겠지만요) 머리에 새를 올려놓지 않아도 될까요? 유연하지만 새의 말이잖아요. 새도 올려놓지 않고 세상과 사람을 만나본 순간이 있기는 할까요?

자크 프레베르는 작게 가볍게 쓰죠. 연약한 곳까지 닿는 시선이라는 뜻이죠. 의미는 무거워도 명랑하게 사랑스럽게 쓰지요. 군모는커녕 새도 올려놓지 않는 프레베르와는 달리 군모를 겹겹으로 쓰고, 사람이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이들이 있어요. 그 모습이 안 닦이고 쌓인 접시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말이죠.

그나저나 나는 언제 나의 말을 하게 될까요. 자유지역이 있기는 한 걸까요. 아, 이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나는 머리 위에 나를 올려놓고 있잖아요!

시인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북한 7차 핵실험 없었다… 한ㆍ중ㆍ유엔 “인공지진 아니다”
타우러스 미사일 1발을 쏘기까지 석 달 기다린 사연
청와대 “日 언론 왜곡보도, 한미일 공조 균열 야기” 비판
차벽ㆍ물대포 사라진 故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
발리 최대 화산, 최고 위험 경보...“마그마 상승 중”
“장미처럼 예쁘게 떠나길” 세월호 희생자 조은화ㆍ허다윤양 이별식
[Q&A] 스웨덴의 자율주행 기술, 어디까지 왔나?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