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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푼 일본, 한반도 무력개입 가능성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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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푼 일본, 한반도 무력개입 가능성도 열어

입력
2014.07.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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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정권이 자위대 창설 60주년인 1일 각료회의를 열어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헌법상 허용된다는 견해를 결정했다.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이 자위대 창설 60주년인 1일 각료회의를 열어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헌법상 허용된다는 견해를 결정했다.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이 자위대 창설 60주년인 1일 각료회의를 열어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헌법상 허용된다는 견해를 결정했다. 패전국 일본이 침략 전쟁에 대한 속죄와 반성의 의미로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채운 족쇄를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풀어버린 것이다. 일본은 전수(專守)방위라는 기존 안보정책을 폐기하고 자위대를 전세계로 보낼 수 있는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각의를 열어 일본이 직접 공격 당하지 않아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이 무력 공격받아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실력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내용을 담은 헌법해석 변경을 결정했다. 앞서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협의를 갖고 정부가 제시한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위한 각의결정문안에 정식 합의했다.

각의결정문은 무력행사의 요건으로 “외국에 대한 공격이라도 국민의 생명, 자유,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가 근본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 필요최소한의 실력행사가 헌법에서 허용된다”고 밝혔다. 또 무력행사는 국제법상 집단적 자위권의 근거가 되며,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 변화로 일본의 존재를 위협받지 않기 위해 외국에 대한 선제 공격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일본은 “주권국으로서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1981년 스즈키 내각의 견해를 33년만에 수정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와 여당이 추후 각의 결정을 토대로 자위대법 등 관련법 정비를 추진하면 공격 당했을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방위를 한다는 전수방위의 원칙과 전쟁과 무력 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평화헌법)는 사실상 무력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같은 낙도에 민간인을 가장한 무장집단이 상륙하는 등의 그레이존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개정하는 한편, 자위대와 연계해 일본을 방어하는 미군 부대의 장비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채택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한 자위대가 출동 경호, 일본인 구출, 임무 수행 등을 위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할 필요성도 명시하고, 자위대의 후방지원 범위를 확대하도록 권고할 것도 각의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1일 집단자위권 행사가 헌법상 허용된다는 정부 견해를 채택할 예정인 가운데, 아베 총리가 총리공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일 집단자위권 행사가 헌법상 허용된다는 정부 견해를 채택할 예정인 가운데, 아베 총리가 총리공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쟁참여 어디까지

일본 정부의 이날 각의 결정 내용은 자위조치로서의 무력행사라는 요건을 달았지만 그 조건이 추상적이어서 그때그때 정부 판단에 따라 무력행사의 범위를 확대할 여지가 있다. 일본 언론은 “이번 각의결정은 개별적 자위권에 한해 인정되던 무력행사 개념이 집단적 자위권은 물론 집단 안보 분야에서도 모두 인정된다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냈다”고 비판했다. 각의 결정에서 “우리나라(일본) 혹은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있을 때” “국민의 생명, 자유 등이 근본적으로 전복될 명백한 위험이 있다”는 요건만 충족한다면 모든 무력행사가 헌법상 인정받게 됐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집단적 자위권과 집단 안보의 틀에서 해외에서 무력행사도 가능해져 자위대의 활동범위가 비약적으로 넓어질 것”이라며 “명백한 위험에 대한 판단을 정권이 갖게 돼 자위대의 해외에서의 무력행사가 무제한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 관계자는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이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임을 감안한다면 향후 미국이 주도하는 각종 전쟁에 자위대가 참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무력개입 가능성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빌미로 한반도에 무력 개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충족 요건으로 ▦일본인을 수송 중인 미국 함선 보호 ▦미국으로 향하는 (북한)미사일 요격 ▦선박 강제 조사 ▦무력 공격을 받거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유사시 경계중인 미국 함선 보호 등을 거론했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사례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반도 유사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으로 향하는 북한의 미사일 요격을 위해 한반도 영해에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북한에 직접 자위대를 파견해 미사일 발사를 저지시키는 방안 등을 상정하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시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한반도에 자위대를 보낼 개연성도 있다.

한국내 미군 기지 보호 명목으로 자위대를 파견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자위대가 한국 땅을 직접 밟지 않아도 미국 함선을 지킨다는 이유로 자위대가 한국 영해에 들어올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어떠한 이유라도 허가 없이는 자위대가 들어올 수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일본 정부가 1일 집단자위권 행사가 헌법상 허용된다는 정부 견해를 채택할 예정인 가운데, 도쿄에서 아베 반대, 집단 자위권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일 집단자위권 행사가 헌법상 허용된다는 정부 견해를 채택할 예정인 가운데, 도쿄에서 아베 반대, 집단 자위권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선박 검사 등 기타 확대된 활동은

일본 정부는 이날 집단적 자위권 이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무력행사를 결의할 경우에도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집단 안보 행사도 가능토록 했다. 집단 안보는 당초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공명당의 반발을 의식해 이번 결의에서 제외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공명당이 찬성쪽으로 기울자 슬그머니 내용을 추가해 더 적극적인 무력행사의 길을 텄다.

아베는 최근 “자원이 적은 일본으로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석유와 식료품은 사활이 걸린 중요한 사항”이라며 “(해석 변경에)기뢰 제거도 시야에 두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자위대는 중동지역 분쟁시 원유 수송로가 차단되는 상황에 대비해 현지에서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한 기뢰 제거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뢰 제거 활동은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지구 반대편까지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 헌법과 모순되지 않나

아베 총리의 결정은 전력보유와 교전권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헌법 9조를 멋대로 해석했다는 지적이 높다. 아베 총리는 이번 결정의 근거로 “국민이 평화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표시한 헌법 전문과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 존중을 정한 헌법 13조의 취지에 따라 필요한 자위의 조치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1972년 일본 정부 채택 견해를 내세웠다.

아사히신문은 이를 “국민의 생활이 근본부터 뒤집힐 급박한 사태에 한해 개별적 자위권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헌법 이념의 근간을 바꾸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은 헌법의 개정 절차를 통해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뿌리 깊다”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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