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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물 먹다… 디톡스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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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물 먹다… 디톡스 워터

입력
2016.06.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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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 효과나 영양학적 논쟁은 제쳐두자. 자꾸 손이 가게 만드는 맛과 향으로 물을 더 많이 마시게 한다는 점에서 디톡스 워터는 무죄다. 오이와 펜넬, 타임을 넣어 우린 디톡스 워터. 전나무숲 제공
디톡스 효과나 영양학적 논쟁은 제쳐두자. 자꾸 손이 가게 만드는 맛과 향으로 물을 더 많이 마시게 한다는 점에서 디톡스 워터는 무죄다. 오이와 펜넬, 타임을 넣어 우린 디톡스 워터. 전나무숲 제공

인체의 60~70%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루 8잔(1.5~2리터)의 수분을 섭취해야 체내 영양소 운반과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고, 피부도 고와진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가만 보자. 어제 하루 몇 잔이나 마셨던가.

32세 여성 A씨의 경우: 아침에 바나나+케일+사과주스 한 컵(250㎖), 출근 후 믹스 커피 한잔(180㎖), 점심 식사로 빵과 우유 한 팩(200㎖), 오후에 카페라테 톨 사이즈 한잔(355㎖), 저녁 식사 중 물 두 잔(500㎖). 총 1,485㎖의 액체를 섭취했다. 41세 여성 B씨의 경우: 아침에 커피우유 한 팩(200㎖), 출근 후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한 잔(355㎖), 점심식사 중 물 반 컵(100㎖)과 아메리카노 한 잔(200㎖), 오후에 사과+당근 주스 한 컵(200㎖), 저녁 식사 후 물 한 컵(200㎖). 총 액체 섭취량 1,255㎖다. 이뇨작용을 하는 커피, 차, 설탕 등의 높은 비중을 감안하면, 이미 권장 섭취량에 한참 미달하는 수치는 더 떨어진다.

5월부터 들이닥친 폭염에 눈을 뜰 수 없는 미세먼지까지, 시절이 흉흉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거의 유일한 체내 미세먼지 배출법이 물을 많이 마시는 거라는데, 맹물 마시기처럼 힘든 것도 없다. 해독이라는 말이 이렇게 간절하게 와 닿았던 적도 없는 요즘. 커피와 주스, 탄산음료가 아닌 형태로 물을 맛있게 더 많이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디톡스 워터용 건조 과일과 허브. 앰플라이프 제공
디톡스 워터용 건조 과일과 허브. 앰플라이프 제공

향긋하고 상큼하게… 디톡스 워터

30일 오후 서울 연희동 카페 ‘J. 알베로’. 코끝을 습격하는 허브와 과일 향에 흡사 고급 리조트 스파에 온 듯하다. 오렌지, 라임, 레몬, 칼라만시, 로즈마리, 딜, 라벤더 등을 직접 잘라 건조하느라 피어난 냄새들이다. 커피나 티부터 과일과 채소를 착즙한 디톡스 주스까지 다양한 음료를 만들어 파는 이 ‘디톡스 힐링’ 콘셉트의 카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메뉴는 단연 디톡스 워터. 명확한 효과는 입증된 바 없지만 듣는 것만으로 건강해지는 듯한 플라시보 효과를 유발하는 단어가 바로 디톡스다. 하지만 숲 속에 들어온 듯 은은하게 풍겨나는 허브와 과일향은 이내 비판적 이성을 마비시킨다.

미국에서 시작된 디톡스 워터는 체내 독소 배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과일과 채소, 허브들을 물 속에 담가 우려낸 물이다. ‘오렌지와 라임과 레몬’, ‘사과와 계피’, ‘오이와 애플민트’ 식으로 재료의 맛 궁합을 살려 비린 맹물의 맛을 상큼하고 향긋하게 바꿔주는 ‘마법의 물약’이다. 재료들을 깨끗이 씻어 물에 담그기만 하면 돼 만들기도 쉽다. 전날 밤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다음날 하루는 종일 디톡스 워터를 마실 수 있다. 인터넷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각종 레시피가 범람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3개월 전 카페를 연 조병현 J. 알베로 공동대표는 “최근 음료시장은 커피에서 과일음료로 눈에 띄게 옮겨가고 있다”며 “몸에 꼭 필요한 물을 가볍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디톡스 워터는 착즙주스의 뒤를 이어 향후 몇 년 안에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앰플라이프’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디톡스 워터용 건조 과일과 허브를 판매 중인데, 매출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미네럴워터에 건조 과일과 허브를 넣어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디톡스워터. 앰플라이프 제공
미네럴워터에 건조 과일과 허브를 넣어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디톡스워터. 앰플라이프 제공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넣은 해독수가 영양학적으로 큰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온전한 형태의 섭취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량감과 산뜻함으로 끊임없이 물에 손이 가게 만드는 마력은 확실히 있다. 로즈마리와 사과, 금귤이 잔뜩 들어간 생수를 텀블러에 담아 흔든 후 노랗게 우러나온 물을 마시다 보면 500㎖는 후딱. 어느새 배는 출렁출렁 포만하다. 물 속 디톡스 푸드가 지방을 태우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식사 때만 되면 분출하던 식탐은 확실하게 진압된다.

체리와 딸기, 생강을 넣은 디톡스 워터. 전나무숲 제공
체리와 딸기, 생강을 넣은 디톡스 워터. 전나무숲 제공

홈메이드 디톡스 워터

물은 맛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종다양한 풍미를 만들어내기에 가장 좋은 식재료다. 체내의 독성 제거 효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취향과 제철재료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면 된다. 다만 껍질째 물에 담가 사용한다는 점에서 유기농을 구입하거나 농약 잔여물이 남아 있지 않게 세척에 신경을 써야 한다. 껍질에 비타민이 가장 풍부하기 때문이다. 굵은 소금이나 베이킹 소다로 껍질을 문지른 후 식초 섞은 물에 30분 정도 담갔다 씻어 쓰면 된다.

‘디톡스 워터’(전나무숲 발행)를 쓴 프랑스 패션·음식 저널리스트 소니아 루카노는 “재료는 고유의 형태를 살려서 썰어 쓰되 너무 작게 조각내면 물 속에서 쉽게 짓이겨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형태로 자를 것”을 조언한다. 특히 딸기, 복숭아처럼 무른 과일들이 요주의다. 밀폐용기에 물과 과일, 채소 조각을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는 시간은 서너 시간에서 하룻밤 정도가 적당하다. 주의할 것은 만든 후 24시간 안에 다 마시지 않으면 몸에 이로운 효능은 사라지고, 부패가 시작된다는 점. 생과일로 매번 만들기가 귀찮다면, 건조된 상태의 재료를 마실 때마다 물 속에 바로 넣어 우려 마시면 된다. 물은 미네랄이 풍부한 것이면 어떤 것이라도 좋다. 탄산수를 사용하면 청량감이 배가되고, 생수를 쓰면 재료 고유의 맛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맛의 화룡정점인 허브는 꼭 한 가지씩 넣는 게 좋다. 알코올 없는 모히토를 하루 종일 마시는 즐거움이 여기에 있다.

소니아 루카노가 책에서 추천한 30가지의 레시피 중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것들로는 ‘푸른 사과+라임’, ‘석류+수박+라임’, ‘딸기+레몬+민트’, ‘사과+계피’, ‘레몬+라임+오렌지+자몽’ 등이다. 청량감과 상쾌함의 지존이라 할 만한 ‘펜넬+타임+오이’는 무와 양파를 섞은 듯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지중해산 구근류 채소 펜넬이 생소하지만, 프리미엄 푸드마켓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오이+민트’, ‘파인애플+타임’, ‘자몽+로즈마리’ 식으로 과채 한 종류에 허브 한 종류로 단출하게 구성한 것도 심플해서 강렬한 맛의 임팩트가 있다.

사과와 계피로 만든 디톡스 워터. 전나무숲 제공
사과와 계피로 만든 디톡스 워터. 전나무숲 제공

‘날 물로 보지 마’

몸이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이, 성별, 신장, 체중, 인종, 활동 정도가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통상 본인 체중에 30~33㎖를 곱한 양을 마셔야 몸이 필요로 하는 수분 양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하루에 1.5~2리터, 산술적으로는 시간당 4~8회 물을 홀짝이면 되는 양이다. 하지만 너무 바쁜 업무, 너무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쉽지가 않다.

워터소믈리에 인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수질연구센터의 김진영 수질연구팀장은 “수월하게 많은 물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시간대에 맞춰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물 마시는 시간도 건강을 위한 ‘굿 타이밍’이 따로 있다는 것. 그는 기상 직후와 식사 30분 전을 반드시 물을 마셔야 하는 ‘굿 타이밍’으로 제시했다. 기상 직후에 물을 마시면 체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인체활동이 최소화된 취침 시간 동안 정화되지 않고 남아 있는 세포 속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해 세포를 촉촉히 적셔준다는 느낌으로 500㎖ 정도를 마시는 게 좋다.

식사 30분 전은 다이어트의 묘약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물 마시기에 최적인 타이밍이다. 과식을 막고 체내 염분을 조절해 주기 때문이다. 수분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갈증과 허기를 구분 못 해 물을 마셔야 할 때 밥을 먹는다고. 지금껏 내가 먹은 밥은 대부분 물이어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식사 후 2시간 남짓 지난 시간도 물이 필요한 때다. 물이 대거 사용되는 소화작용이 끝난 때로 몸은 탈수에 가까운 상태다. 자기 전에 마시는 물은 얼굴을 붓게 만든다는 이유로 꺼려지기도 하지만, 자는 동안 땀 등의 배출로 잃는 수분을 보충해 준다는 점에서 권장된다.

체내에서 스스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과 물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미네랄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체내 중금속 배출 및 독소 제거 역할을 한다. 특히 먹는 물에 존재하는 미네랄은 인체흡수율이 높고 흡수 속도가 빠르며 다양한 성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다른 식품으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TO)의 연구 결과다. 김진영 수질연구팀장은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눈에 띄는 장소에 물을 두고 물 마시는 시간대를 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입술과 피부, 모발, 안구 등이 이 습한 계절에도 건조한가. 피지가 뭉치고 피부에 발진이나 뾰루지가 올라오는가. 소변 색깔이 어둡고 탁한가. 변비가 있거나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몸에는 수분이 부족하다. 물을 더 많이 마시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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