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과학기술계와 정치권 등에서 빗발친 사퇴 압력에 11일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지난 7일 임명된 지 4일 만이다. 문재인정부가 지명한 차관급 이상 고위직 중 네 번째 자진사퇴다.
박 본부장은 이날 ‘사퇴의 글’을 통해 “11년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은 저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라며 황 박사 사건에 대한 각계의 비판이 사퇴의 이유임을 분명히 했다. 박 본부장은 “황 박사 사건 당시 저는 포괄적인 책임을 통감했고 청와대 참모이자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담당자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며 “그게 가장 책임을 크게 지는 방법이고 가장 크게 사과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황 박사 사건 주동자’란 비판에 대해서는 “논문 조작 사건이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주동자나 적극적 가담자란 표현은 부당하다”며 “황 박사 연구실에 대통령을 모시고 간 것도 제가 아닌데, 그걸 아는 사람들까지 덧칠을 하기 위해 허위의 내용을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자신을 본부장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1992년 순천대 교수로 임용된 박 본부장은 2004년 1월~2006년 1월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맡아 황 박사 줄기세포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황 전 교수 논문에 공저자로도 이름을 올렸고, 황 전 교수로부터 전공과 무관한 연구과제 2개를 위탁 받아 정부지원금 2억5,000만원을 받은 점도 문제가 됐다.
한편 청와대는 박 본부장 사퇴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