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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 비핵화 모델

입력
2018.05.03 18:3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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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인사다. 북핵 해법에서도 ‘선폐기 후보상’이라는 가장 강경한 리비아식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독재자 카다피가 핵 폐기 이후 처참한 최후를 맞았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최근 볼턴은 리비아와 북한의 핵 프로그램 규모 차이를 인정하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10~20% 진행하다 만 리비아와 핵무기 완성을 선언한 북한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웠던 점에 비춰보면 볼턴의 주장은 북한 압박용 카드였던 셈이다.

▦ 북한 비핵화 모델 가운데 이란식 해법은 가장 논쟁적이다. 우라늄 농축 등 핵 활동을 10~15년 간 동결하고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불능화하는 대가로 금융 제재 및 원유 거래 제한을 해제한다는 게 이 방식의 골자다. 미국 등 6대 강국이 이란과 2015년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악의 협상이라며 폐기를 추진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북한은 비핵화 단계에 맞춰 제재를 축소하는 이 방안을 선호하고 있지만 미국은 적극 반대한다. 핵 동결 수준에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북핵 해법과도 궤가 다르다.

▦ 최근에는 북핵 해법으로 우크라이나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1991년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과 함께 자국 영토에 남은 1,200여개의 핵탄두를 떠안은 우크라이나는 96년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비핵화를 완료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비핵화 대가로 막대한 지원을 받아 경제발전에 활용할 수 있었다.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에도 경제적 지원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자문단에 포함됐던 한 인사는 “500억 달러(약 53조원) 정도면 북한도 불가역적 비핵화를 수용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모델을 주장하고 있다.

▦ 북미 핵담판을 앞두고 양측이 아직 비핵화 방식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일괄 타결 방안과 북한의 단계적ㆍ동시적 해법이 팽팽하다. 양측 중재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교환하는 포괄적 일괄 타결이 되더라도 이행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들어 ‘포괄적 합의ㆍ단계적 이행’의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세상에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은 없는 법이다. 핵담판에서도 북미가 한발씩 양보해 절충하는 게 현실적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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