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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를 잡아라"... 드라마 편성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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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를 잡아라"... 드라마 편성 전쟁

입력
2017.02.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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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첫 방송되는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은 처음으로 밤 11시 편성됐다. JTBC 제공
24일 첫 방송되는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은 처음으로 밤 11시 편성됐다. JTBC 제공

안방극장 ‘편성 공식’이 깨지고 있다.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종편)뿐 아니라 지상파방송까지 드라마 불모지로 여겨져 온 심야시간에 미니시리즈를 잇달아 배치하며 새로운 시청층 공략에 나섰다.

JTBC는 주력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를 밤 11시로 옮기는 개편안을 대대적으로 단행한다. 24일부터 방영되는 새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밤 11시에 편성했다. 후속작인 ‘맨투맨’도 같은 시간 편성해 밤 11시를 아예 ‘드라마존’으로 만들 계획이다. 토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던 ‘아는 형님’은 당일 밤 8시 50분으로 옮겼다. 이수영 JTBC 전략편성실장은 “급변하는 방송계 트렌드와 치열한 경쟁 환경을 고려했다”며 “밤 11시 라인업을 강화해 채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드라마 방송 시간대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밤 11시는 보통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다. 호흡이 길어 몰입이 필요한 장르보다 연속성이 없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예능이나 교양프로그램이 주로 편성돼 왔다.

드라마의 밤 11시 배치는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 케이블채널 입장에선 지상파에 같은 장르로 맞불을 놓기보다 유망한 드라마를 심야에 방영해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tvN은 밤 10시 지상파와의 맞대결을 피해 밤 8시 50분, 11시 드라마를 편성하며 틈새를 노렸다. ‘응답하라 1997’(2012)과 ‘식샤를 합시다’(2013) ‘치즈인더트랩’(2016) ‘또 오해영’(2016) 등이 심야에 방송됐음에도 시청자를 TV 앞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후발 주자인 케이블이 시청자에게 채널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는 전략을 내세워 시청률을 확보한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도 드라마의 심야 편성에 영향을 줬다.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밤 11시는 더 이상 늦은 시간이 아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밤 9~10시였던 ‘프라임 타임’(시청률이 가장 높은 방송 시간대)이 최근 조금씩 늦춰지고 있다”며 “방송사들 입장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편성 규칙을 굳이 지켜야 할 필요가 없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지상파도 밤 11시 드라마를 선보이며 경쟁이 과열되는 조짐이다. 이 시간대 방영된 예능프로그램이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하자 변칙적 편성으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의학 정보 토크쇼를 표방한 MBC ‘닥터고’는 시청률 2%대(닐슨코리아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결국 6회 만에 9부작 미니드라마 ‘세가지색 판타지’에 자리를 내줬다. SBS ‘씬스틸러-드라마전쟁’ 역시 시청률 4%의 저조한 성적으로 8회 만에 종영을 맞았고, 시트콤 ‘초인가족 2017’에게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지상파는 밤 10시 드라마는 계속 방영하면서 밤 11시에 또 다른 드라마를 내보는 ‘양동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늘어난 드라마로 고정 시청자를 확보해 광고를 더 유치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밤 11시에 시청률 전선이 새롭게 형성되면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나친 경쟁이 드라마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석현 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비슷한 시간대에 드라마가 몰리거나 전반적인 방영 편수가 늘어나면 시청자가 쉽게 피로감을 느껴 시청률이 떨어질 확률도 몇 년 안에 다시 생길 수 있다”며 “편성 전쟁을 벌이기에 앞서 차별화된 양질의 컨텐츠 제작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소라 기자 wtn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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