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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의 압도적 승자 유승민… 안철수, 이대로는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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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의 압도적 승자 유승민… 안철수, 이대로는 곤란해

입력
2017.04.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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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와 SBS 공동 개최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 공개홀에서 열린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 앞서 (왼쪽부터)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국기자협회와 SBS 공동 개최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 공개홀에서 열린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 앞서 (왼쪽부터)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유승민 압승, 안철수 부진.’

연설이 피겨 스케이팅이라면 토론은 펜싱 경기다. 연설은 각자 연습한 대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면 되지만 토론은 상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상대의 공격을 잘 막고 맞받아 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13일 열린 19대 대선후보 첫 TV토론회도 상대와의 수 싸움에서 확연하게 후보들간 실력 차이가 드러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다섯 명의 대선 후보 중 가장 TV토론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연설과 달리 토론은 자기가 하려는 말뿐 아니라 남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자기 고유의 견해를 드러내는 것에서 승패가 갈린다”며 “유승민 후보는 잘 알지도 못한 채 목소리를 높이는 한국의 많은 정치인들과 달리 자기가 하는 말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유권자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기를 드러내고 상대를 공격하면서 개혁적 보수라는 설득하기 어려운 포지션에서 자신만의 고유성을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상철 성균관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유 후보가 상대를 세게 몰아붙일 때와 살살 달랠 때를 잘 알고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수 진영 유권자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향해 ‘세탁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비판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서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입장 변경을 몰아 붙이는 등 인상적 장면을 많이 만들어 냈다”며 “이를 통해 자신이 기치로 내건 ‘개혁적 보수’가 왜 필요한지를 효과적으로 알렸다”고 호평했다.

유 후보에 이어 좋은 평가를 받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답을 하도록 토론을 잘 끌어냈다는 평가다. 안철수 후보와 개헌을 주제로 토론하며 정의당이 줄곧 주장해 온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 선거구 개편이 필요하다는 답을 이끌어 낸 것이 그 사례로 꼽힌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자신의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해 일관된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했다”며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드, 법인세, 경제 문제 등에 대한 심 후보의 견해가 유권자들에게 각인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심 후보는 유 후보의 선전에 비해 예상치 못한 질문에서 말을 더듬거나 논리적 비약으로 답변을 건너뛰는 등 “더 잘할 수 있음에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준웅 교수는 “재벌개혁을 얘기하며 ‘정유라-삼성의 말 구입-법인세 인상’으로 넘어가는 건 요점을 제대로 짚은 것이 아니다”며 “월 120만원 버는 편의점 청년의 외화(外話)를 삽입한 레토릭이 감동을 주기는 했지만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 평가만으로는 점수를 따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토론에 약하다’ ‘말을 잘 못한다’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선전했다는 평가다. 이준웅 교수는 “그동안 대선후보 토론회가 주고 받고 되치는 인게이지먼트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났던 것과 달리 이번 토론회에서는 인게이지먼트가 잘 이루어졌다”며 “특히 문 후보가 이 과정에서 상당히 두각을 보였다”고 말했다. “상대 후보에게 던진 질문이 단답형이었던 게 문 후보의 전략이었다면 아주 훌륭한 전략”이라며 “상대가 길게 답하며 시간을 다 써버린 반면 질문을 던진 문 후보는 시간이 남아 토론의 클로징을 자신의 주장으로 마무리하며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토론이 됐다”는 것이다.

경직된 표정의 안 후보와 달리 토론회 내내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던 문 후보는 비언어적 표현에서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철 교수는 “1위 후보로서 수성을 잘했고 안정감이 느껴졌지만,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려 지나치게 미소를 띠고 있다가 안 후보와 토론할 때는 감정 조절이 잘 안 돼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안 후보는 사상 첫 TV토론에서는 가장 부진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토론의 주고 받기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전달력에 문제가 있다”(이준웅 교수), “비언어적으로 너무 경직돼 있고, 언어적으로는 매우 단조로웠다. 국가를 이끌고 나갈 정도의 리더십이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지 못했다”(이상철 교수) “지나치게 경직된 나머지 4차 산업혁명 말고는 두드러진 의제가 없다”(최창렬 교수)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이상철 교수는 “TV토론은 감성적 메시지와 논리가 만나는 지점이 중요한데, 안 후보는 논리적 대응에 비해 감성적 이미지 전달에는 너무 취약했다”며 “흥분할 때 흥분하고 차분할 때 차분해야 하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단조롭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이준웅 교수는 “TV토론은 연설과 달리 상대 후보와 청중이라는 이중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상대방을 깨부숴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다”며 “청중이 저 사람이 합리적이다, 옳다, 좋다는 판단을 하면 이기는 게임인데 안 후보는 레토릭에서 가장 중요한 청중 설득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서는 “정책 이야기보다 인물 도덕성 얘기만 너무 반복했고, 공격에 치중한 나머지 수비에 약했다”(이상철 교수),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 등의 표현이 너무 격이 떨어지고 상대 후보를 ‘주적’으로 몰아붙이는 게 유권자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웠을 것”(최창렬 교수), “다른 후보들이 내용면에서는 대체로 비슷하게 준비가 잘 된 것과 달리 홍 후보는 ‘종북’ ‘좌파’ 얘기만 할 뿐 4차 산업혁명 등 다른 의제에 대해서는 준비가 안 됐다”(이준웅 교수) 등의 낮은 평가가 이어졌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ㆍ안철수 후보보다 열세 후보인 유승민ㆍ심상정 후보가 돋보인 것은 “역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낮아 소신껏 자신의 정책과 이념을 밝힐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창렬 교수는 “지지율 하위권에 있는 두 사람은 표를 의식한 발언보다는 평소 자신의 정체성과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했고, 설사 두 사람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유권자들에게도 그 점은 분명히 먹혔다”고 설명했다. 선두권 후보들이 새겨들을 만한 얘기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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