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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내수중시 성장전략의 함의

입력
2017.05.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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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출이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크게 늘고 있다. 수출 증가의 선순환적 영향을 받아 모처럼 설비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소비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다. 글로벌 중간재 교역이 확대되면서 수출 대기업의 실적이 대폭 개선됐음에도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이나 일자리 유발 효과도 낮아졌다. 수출과 내수의 연계효과가 약화된 것이다.

현재의 수출 호조세가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우선 글로벌 경기회복의 속도가 완만하다. 글로벌 무역과 경제성장의 관계도 예전만큼 긴밀하지 않다. 중국이 가공무역을 지양하고 내수를 중시하는 성장전략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또 다른 복병이다. 수출 견인 품목이 일부 업종에 한정된 것도 약점이다.

최근에는 아시아 국가의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에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과다한 무역수지 흑자에 따른 교역상대국과의 통상마찰이 적지 않고, 통화절상 압박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으려는 시선이 내수 쪽을 향한다. 내수는 해외충격에 대한 안전판으로도 중요하다. 물론 수출과 내수가 대체적 관계는 아니다. 오히려 무리한 내수중시의 성장전략으로 장기적 침체를 겪은 나라도 적지 않다. 둘은 상호보완적으로 경기를 지탱한다.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내수의 비중은 증가하기 보다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내수의 두 축은 민간소비와 투자이다. 그런데, 그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하회하고 있다. 여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내재돼 있다. 소비 부진은 대체로 소득 기반의 약화에 기인하지만, 인구고령화에 따른 평균소비성향 하락과 가계순저축률 상승 경향에도 영향을 받는다. 투자의 부진은 경기불확실성에 주로 기인한다. 시장 확보를 위한 해외직접투자도 또 다른 요인이다.

소비활성화 방안으로 소득기반 확대가 거론된다.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조세나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부 주도로는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 사회안전망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소득 증가와 함께 안정적 수요 확대 기반으로서 인구 증대도 절실하다.

내수시장의 확대나 창출도 중요하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경제성장의 축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변화한다. 국내 서비스업 성장은 양적·질적으로 매우 부진하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 등 노동집약적이고 진입 장벽이 낮은 저부가가치 업종의 비중이 높다. 디자인ㆍ연구ㆍ교육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 분야는 부가가치 창출 잠재력이 크다. 그럼에도, 규제 장벽이 높고, 경쟁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내수 창출이 미흡하다. 더욱이 제조업의 잠재적 서비스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 활성화의 관건은 결국 국내외 소비자 만족도의 제고이다. 예컨대, 관광업의 경우 해외관광객의 재방문율은 매우 낮고 내국인의 해외관광 수요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국내 관광서비스에 대한 불만, 비용 대비 서비스 품질의 취약 등이 주요 원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업 분야의 선진화와 규제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지식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 원리를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이처럼 내수강화 방안은 수출부진을 벗어나는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 경쟁력 강화는 제조업ㆍ서비스업을 가릴 일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체계도 재정비돼야 한다. 기술혁신을 위한 공공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혁신 인재의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미국 등 선진국들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해외투자기업의 국내 복귀 및 국내 투자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내ㆍ외수 활성화 정책은 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여건의 변화를 반영하여 성장잠재력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이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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