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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학, 이상과 현실 사이

입력
2014.08.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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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장수들이 일심분발하여 모두 죽을 힘을 다하니 군사들도 그 뜻을 본받아… 양쪽으로 에워싸고 대들며 대포를 놓고 화살과 살탄 쏘기를 바람과 우레처럼 하자…’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옥포해전에서 첫 승리를 거둔 뒤 올린 장계의 한 대목이다. 학익진(鶴翼陣)으로 대승한 한산대첩 장계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는 이 같은 일시집중타 속공이 위력을 발휘한 데는 배의 항로나 적선과의 거리를 측량하는 역할을 한 중인계급의 산학자(算學者) 훈도(訓導)들의 공도 컸다고 분석한다.

▦ 이 교수는 최근 펴낸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에서 자신의 논문을 간추린 ‘학익진과 망해도술(望海島術)’ 외에도 “자연, 역사, 경제, 예술, 생활 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수학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한다. 김삿갓의 시구에서 무한 개념을 풀어내고, 영화 ‘설국열차’로 뉴턴의 냉각법칙을 설명하는 식이다. 그는 수학을 공부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사물의 현상을 수학적으로 관찰하고 해석함으로써 실생활의 여러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더욱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고 말한다.

▦ 117년 전통의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세계 120여 나라 수학자 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어제 서울에서 개막했다. 4년마다 열려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ICM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되짚어보고 수학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다.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세계적 수학자와의 대화를 곁들인 영화 상영회, 수학의 원리를 영상으로 재현한 체험전 등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번 대회가 한국 수학의 도약과 더불어 수학 대중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수학계의 염원이 녹아있다.

▦ 하지만 눈을 돌려 우리 현실을 보면 수학은 천재나 괴짜들의 학문, 어렵고 따분한 과목일 뿐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은 수학 분야 성취도 1위, 흥미도 꼴찌를 기록했다. 개념과 원리 이해는 제쳐둔 채 입시용 문제풀이만 무한반복 하는 교육이 달라지지 않는 한, “수학은 재미있고 즐겁고 아름답다”(올해 릴라바티상 수상자 아드리안 파엔자)는 말은 외계어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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