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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게임 영화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입력
2017.01.27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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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도 이런 흑역사가 또 없습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연이은 실패 행진으로 그 존재 가치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게 합니다. 원작 게임이 지닌 방대하고 짜임새 있는 세계관과 독특한 캐릭터를 영화적으로 잘 살려 호평을 받은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죠. 이례적인 흥행 성적을 올리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원작 게임 팬들과 일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잔인한 실패 공식은 현재에도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어쌔신 크리드’ 역시 혹평 세례를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게임 영화, 이젠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적인 요인들을 짚어보았습니다.

글ㆍ기획=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디자인=김경진 기자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작은 공화국> https://www.facebook.com/movielikekorea

자네, 혹시 들어는 봤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는 아주 무시무시한 징크스가 있다네.

아니, 이쯤 되면 저주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어. ‘필패’! 반드시 패한다는 저주지.

지금껏 원작 게임 팬들의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은 게임 영화는 거의 없었다네.

심지어 연이은 참패로 ‘파괴지왕’,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은 우베 볼이라는 감독도 있다지. 하지만 조심하게! 게임 팬들 앞에서 그의 이름을 발설했다가는 큰 화를 입을지도 모른다네.

문제는 게임과 영화의 문법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 있다네.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원작의 세계관과, 종잡을 수 없게 변질되어버린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지.

그러니까, 원작 게임 팬들의 두터운 팬심은 영화에는 양날의 검과 같다네. 덕분에 높은 인지도를 얻을 수 있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아주 크다는 점은 두 말할 나위 없지.

하지만 이미 게임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그들이 보기에 2시간 가량의 영화는 허점투성이라네. 원작에 대한 애정이 큰 탓에 감독의 입맛에 맞게 변해버린 스토리와 캐릭터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을 걸세.

이 지난한 흑역사의 시작은 1993년이었네. 4,8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던 ‘슈퍼 마리오’는 그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데다, 귀여웠던 원작 캐릭터 대신 기괴한 캐릭터를 내세워 원작 게임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네.

1994년에 개봉한 ‘더블 드래곤’은 졸작 중의 졸작이라는 악평을 받으며 흥행에 참패했지. 같은 해, 장 클로드 반담, 라울 줄리아 등 당대 명배우들을 캐스팅한 ‘스트리트 파이터’는 격투 게임을 영화화했음에도 형편 없는 액션을 보여줘 원성을 샀다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흥행에 성공하며 호평을 받은 게임 영화가 등장한다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 레이더’(2001)와 현재까지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레지던트 이블’(2002)이 게임 영화에 실낱 같은 희망을 불어 넣어 줬다고 할 수 있지.

‘툼 레이더’를 통해 섹시한 여전사 연기를 펼친 안젤리나 졸리는 세계적인 배우로 떠오르게 됐고, 이어서 개봉한 ‘툼 레이더2’(2003) 역시 2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올렸다네. 평단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건 틀림 없지.

‘레지던트 이블’(원작 게임 ‘바이오 하자드’)은 게임 원작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시리즈라네. 이번 1월 개봉하는 6편을 끝으로 막을 내리지만, 게임을 모르는 관객들과 게임 원작 팬들을 모두 사로잡은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걸세.

‘레지던트 이블’의 성공은 원작 게임 제작사인 캡콤에게 각본 허가를 받고,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하네. 원작자에 대한 배려와, 팬들의 요구 충족에 모두 신경을 쓴 게지.

하지만 게임 영화의 흑역사는 이렇게 호락호락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네. 손만 대면 명작 게임을 단숨에 졸작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전설의 우베 볼 감독이 등장했기 때문이네.

볼 감독은 ‘하우스 오브 데드’(2003), '어론 인 더 다크'(2005), '블러드 레인'(2005), '왕의 이름으로'(2007) 등을 연이어 실패시키며 악명을 떨쳤지. 그를 영화계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서명 운동까지 벌어졌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악평을 쓴 평론가들에게 ‘현피’(현실 Player Kill)를 제안해 다섯 명을 때려눕혔다고 하네.

공교롭게도 독일에는 자국 영화인이 해외에서 영화를 만들면 제작비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라네. 하지만 이 제도는 볼 감독 하나로 인해 폐지가 논의 되다가, 지금은 결국 사라졌다고 하니 놀랍지 않나?

이후에도 ‘둠’(2005), ‘DOA’(2006), ‘맥스 페인’(2008), ‘히트맨’(2007), ‘페르시아의 왕자’(2010), ‘워크래프트’(2016) 등 게임 영화는 (죽지도 않고) 계속 제작됐다네. 대부분 혹평을 면치 못했지만, ‘사일런트 힐’(2006)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영화에 적합한 각색으로 팬들과 평론가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지.

지난 11일 국내 개봉한 영화 ‘어쌔신 크리드’는 미국에서 로튼토마토 지수 17%를 받으며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국내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역시 슬픈 전설이 반복될까 두려운 마음일세.

자네, 듣고 있나? 우리가 바라는 건 원작을 존중하고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 단지 그것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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