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中, 궁지 몰린 北 끌어안고 한미일과 대립각

알림

中, 궁지 몰린 北 끌어안고 한미일과 대립각

입력
2017.02.28 18:59
0 0
2015년 캄보디아를 방문한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 EPA 연합뉴스
2015년 캄보디아를 방문한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 EPA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가속화하자마자 동북아시아 안보지형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이 탄도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을 끌어안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대북 공조에 기반해 굳건한 안보동맹을 재확인한 한미일 3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형국이 됐다. 벌써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도 균열이 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본격적인 사드 보복은 ‘북한 끌어안기’로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한국 국방부가 롯데그룹과 사드 부지 제공 계약을 정식체결한 28일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 초청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류전민(劉振民) 부부장 등 핵심 외교라인이 리 부상을 만나 공통 관심사와 국제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나 김정남 피살 사건 등과는 무관하게 우호ㆍ협력관계를 과시하는 듯한 태도였다.

중국의 행보는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속도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롯데그룹이 부지 제공을 결정하자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실제로 한미 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대척점에 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견상 혈맹관계인 북중 양국이 의례적인 외교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다른 나라가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삼기 쉽지 않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측면이 다분하다.

중국은 이날도 관영매체를 통해 ‘단교에 준하는 조치’까지 거론하는 등 사드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반면 미국에선 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한중 양국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는 사드 문제가 미중 간 힘겨루기의 산물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사드 논란이 부각될수록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가 굳어지는 추세도 뚜렷해질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을 타깃 삼아 한미일 3국이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데 대해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측면도 있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경우 북한의 전략적 자산가치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미 간 사드 공조와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이 맞물리면 결과적으로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미중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바라면서도 미국과의 마찰 가능성을 감수한 채 북한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는 이유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던 북한은 어느 정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이 북한의 손을 잡아주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한 당일 북한이 고위외교관을 말레이시아로 보내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구하는 등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나선 게 단적인 예다. 이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간 일정한 교감이 전제돼야 가능한 상황일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이 공식적으로는 영구미제 사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중국도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피살 사건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기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근거했다고 설명해온 북한산 석탄 수입 잠정중단 조치를 유지하면서 리 부상을 통해 사태 추가악화 방지 등을 촉구하는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사드 논란이 정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 시점에 중국이 북한의 손을 잡아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결국 사드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에서 결론 낼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