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석 기자

등록 : 2016.07.31 14:00
수정 : 2016.07.31 14:00

"IS, 무차별 테러로 서구 분열 노리지만 단합해 맞서면 결국 패망"

[100℃ 인터뷰] IS 인질됐다 2년 전 풀려난 프랑스 니콜라 에냉 기자

등록 : 2016.07.31 14:00
수정 : 2016.07.31 14:00

니콜라 에냉은 "이슬람국가(IS)의 인질로 붇잡혀 있던 10개월은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상세히 말하기 힘들지만 언젠가 기록해둔 것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지대에 10개월간 묶여있다 풀려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프랑스 기자 니콜라 에냉(41)의 첫인상은 밝고 쾌활했다.

파리1대학 시절부터 중동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주간 ‘르 푸앵’ 중동 지역 전문 기자로 시리아 내전을 취재하러 갔다가, 2013년 6월 수니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가 수도로 정한 락까에서 인질이 됐다. 미국인 제임스 폴리 등 함께 억류됐던 기자 2명이 IS에 살해되는 극심한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던 그는 이듬해 4월 3명의 프랑스인 인질과 함께 풀려났다.

이후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저술 강연 자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경북대 ‘2016 인문학 국제여름학교-상상과 치유 아틀리에’ 강사로 초빙돼 26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수업을 막 마친 에냉 기자를 28일 대구 경북대 강의실에서 만났다. 인질생활에 대해 묻자 표정이 어두워지며 “말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지만, 시리아 위기와 잇따르는 테러에 대해서는 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유럽으로 난민이 밀려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IS에게 치명타”라며 “IS가 원하는 것은 서구 사회가 겁을 먹고 분열하다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테러에 굴복하지 않고 단합하면 IS는 저절로 패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_최근 들어 무고한 민간인이 테러의 주 타깃이 되고, 수법도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테러의 배경에는 정치와 종교, 심리ㆍ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테러를 일으키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주목적은 하나다. 사람을 많이 죽이는 것이 아니라 겁을 주는 것이다. 10명을 죽이는 것보다 1명을 죽이는 것이 사회를 더욱 큰 공포에 빠트릴 수 있다면 테러리스트는 그 방법을 택할 것이다. 상대가 겁에 질려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 테러의 목표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더욱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_IS와 연계된 테러가 프랑스에서 유독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분명한 답은 없지만 몇 가지 힌트가 있다. 우선 프랑스는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벌어진 대 테러 전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 최소 2,000여명이 시리아로 건너가 테러리스트가 됐다. 대부분 프랑스에 대해 분노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가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대우했다는 것이다. 시리아로 가서 테러리스트가 된 뒤 프랑스에 돌아와 공격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르망디 성당 테러처럼 시리아로 가려다 저지당한 후 프랑스 내에서 자생 테러범이 된 경우도 있다. 또 프랑스에서는 공공장소 등에서 종교적 표시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한다. 일각에선 극단적 이슬람주의자의 테러가 이런 세속주의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종교와 신앙을 드러내는 것을 금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 오해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보기관과 경찰의 실패라는 지적도 있다. 마지막으로 대중의 반응이 테러를 더 부추길 수도 있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 이후 프랑스 대중의 무슬림에 대한 적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자극받아 테러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_연이은 테러로 중동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친 정치인들이 궁지에 몰렸다. 극우 정치인들은 난민에 섞여 테러범이 유럽으로 몰려든다고 선동하고 있다.

“IS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이 바로 난민의 급증이다. IS는 전세계 무슬림을 위한 꿈의 나라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슬림들이 대거 고향을 등진다는 것은 IS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가장 적극적으로 난민 포용정책을 펼치고 있는 독일 같은 나라에서 단기적으로는 IS의 보복 테러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테러의 위협이 있다고 해서 물러서면 안 된다. 당장은 국경을 봉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을 언제까지나 막거나 외면할 수도 없고 오히려 IS 추종세력만 커질 것이다. 원형경기장의 검투사처럼 언젠가는 적과 맞서야 한다.”

_IS에 인질로 붙잡혀 있을 때 본 IS 대원 중 유럽 출신이 얼마나 됐나.

“난 아주 일부만 봐 전반적 상황은 모른다. 내가 갇혀 있던 곳에는 대부분 서양 출신 대원들이었다. 시리아와 이라크가 다르긴 하지만 절반이 현지인들이고 나머지가 외국인들인 걸로 알고 있다. 외국인 중에서는 80%가 아랍 지역, 나머지 20%가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지 출신일 것이다. 아시아인은 본 적이 없다. 아시아인 IS 대원도 매우 적은 거로 알고 있다.”

_IS에 가담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대체로 범죄 전력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하위계층 출신이었다. IS가 되기 위해 기독교나 유대교에서 개종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여성들도 점점 늘어났다. IS는 돈도 직업도 여자친구도 없고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접근해, IS가 되면 차와 집, 여러 명의 아내가 생길 것이라고 약속한다. 사회에서 소외된 채로 살던 청년들이 강해질 거란 희망을 안고 IS에 합류한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며 매우 안정적인 삶을 살던 사람들도 있었다.”

_종교에 깊이 빠져 있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는 뜻인가.

“IS가 모두 독실한 무슬림은 아니다. 오히려 이슬람적 배경이 별로 없는 이들이 태반이다. 종교적 지식이 많은 청년도 몇 명 만났지만 대체로 세속적인 이들이었다.”

_중동을 오래 취재한 전문가로서 중동 밖의 사람들이 중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이 무언가.

“시리아 반군은 모두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리아인들은 자유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가 싸웠다. 그들이 과격해진 건 시리아 정부의 억압과 폭력 때문이다. 시리아 반군 친구가 “달라이 라마가 지금 시리아인이었다면 지하디스트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오해는 테러가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테러는 악의 결과이지 악함 그 자체가 아니다. 병균에 감염돼 열이 난다고 해열제만 먹다 보면 결국 죽게 될 것이다. 해열이 아니라 병균을 없애야 병이 치료되고 열도 사라질 것이다. 문제의 결과로 나타난 증상에만 대처한다면 문제 자체는 해결이 안 된다. 테러에만 초점을 맞추는 근시안적 대책을 수립할 게 아니라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_반IS 연합군의 IS에 대한 공격은 공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당신은 오히려 시리아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만드는 게 더 빨리 IS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IS를 비롯 중동과 아프리카로 급속히 확산하는 과격 이슬람세력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결국 그 지역 주민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이다. IS 점령지에 대한 폭격은 그 지역 주민들을 IS 편으로 만드는 것일 뿐이다. 폭격을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군사적 측면에서 적절한 폭격은 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지 못하면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 IS 점령지 주민들의 가장 큰 사망원인이 폭격이다.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가 IS보다 더 주민을 많이 죽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비행금지구역을 만들어 시리아인들을 안전하게 만들면 내부에서 IS를 몰아낼 세력이 생겨날 것이다. 시리아인들이 지금 당장 삶이 위협받고 있는데 정치에 대해 생각할 순 없지 않나. 결국 위기의 해법은 정치에 있다.”

_테러가 확산하는 조짐이 보인다. 동아시아는 위험이 얼마나 크다고 보나.

“테러는 대개 지역적 긴장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된 곳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특정 지역의 독립을 요구하며 싸우는 게릴라가 있다면 해외 테러 조직이 원조하며 자신들의 주의 주장을 퍼뜨리려 할 것이다. 한국 사회 내부의 갈등이 크지 않다면 해외에서 테러리즘이 전염될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대신 지역 안보에 힘쓰라고 말하고 싶다.”

_한국에도 중동 난민이 밀려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민을 받아들일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국제정세를 신중히 판단해 선택할 문제다. 하지만 열린 외교 정책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 무슬림에 대해 호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테러와 싸우는 데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화력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이다. 만일 프랑스와 유럽 사회가 중동 이민자와 난민을 관대하게 대해왔다면 우리를 왜 공격하겠나.”

니콜라 에냉 기자는 IS 인질로 붙잡혀 있다가 풀려난 뒤 여러 권의 책을 냈다. 그 중 하나가 동화책 '아빠 고슴도치가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사진)다. 음식을 구하러 집에서 나간 아빠 고슴도치가 사람들의 소풍바구니에 갇혀 길을 잃지만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에냉 기자가 인질로 갇혀 있던 당시 5살이던 딸에게 아빠의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 떠올린 이야기라고 한다. 에냉 기자는 한국의 만화가 박경은씨와 함께 시리아 소년 하이탐의 이야기를 담은 ‘하이탐-시리아의 어린 시절’을 내달 프랑스에서 펴낼 예정이다.

_IS에 억류돼 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가.

“당시 겪은 것을 자세히 말하는 건 1년이 넘은 지금도 쉽지 않다. 가장 어려웠던 건 내 미래를 내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IS 대원 중 누구 한 명이 나를 죽이겠다고 결정하고 나를 데리고 가서 죽이면 그걸로 끝이다. 나와 함께 억류돼 있던 사람 중 2명이 그렇게 죽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것, 그것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줬다. 또 다른 어려움은 이상하게 들리는지 모르겠지만 지루함이었다. 정말 죽도록 지루했다. 머리를 쓰는 것 빼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중에는 종이를 잘라 체스 게임을 하기도 했다.”

_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풀려날 때 입었던 옷은 가방에 넣어 부모님 댁 구석에 보관하고 있다. 풀려난 직후 일주일간은 억류 때 기억에 사로잡혀 괴로웠다.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기억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모든 것을 써 내려 갔다. 기록하는 걸 마치고 나선 머릿속을 비웠다. 기록해둔 게 컴퓨터 어딘가에 있겠지만 파일 이름을 기억하진 못하다. 언젠가 꺼내서 공개할 수 있겠지.”

대구=글 사진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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