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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핵심 이해 달라… 한미 간 긴장 잠복돼 있다”

입력
2018.01.22 04: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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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피하는 것이 한국 최우선 과제

미국은 北 핵공격 막는게 먼저

트럼프 비위 맞추며 칭찬해 주면

원하는 것 얻을 가능성 높아져

그림1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회(시카고카운슬) 회장이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용창 기자
그림1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회(시카고카운슬) 회장이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용창 기자

이보 달더(58) 시카고국제문제협회(시카고카운슬)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1년 국정 수행에 대해 “동맹을 일방통행으로 보고 동맹과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관점이 취임 이후에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면서 향후에도 동맹관계의 험로를 예상했다. 그는 12일 미국 시카고의 이 단체 본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북핵 문제에서 미국은 자국을 공격할 수 있는 북핵 능력을 용납하지 못하고, 한국은 전쟁을 피하는 게 최우선 관심사”라며 “이해 관계가 서로 달라 긴장이 내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외교정책 전문가인 이보 달더 회장은 브루킹스연구원 선임연구원, 메릴랜드 공공정책 대학 교수 등을 거쳐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나토 대사를 지냈다.

_우선 트럼프 대통령 1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지난 70년간 미국이 추진해왔던 외교 정책과는 매우 다르다. 그는 동맹을 그다지 믿지 않는다. 동맹을 일방통행로로 여긴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해주는 무엇으로 보는 것이다. 유일한 관심은 다른 나라들이 그에 대해 얼마나 지불하느냐다. 역대 전임자들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 요소로서 동맹을 대했던 것과 달리, 미국이 제공하는 혜택 관점에서 한국이나 일본 같은 동맹을 보는 것이다. 그가 다른 나라 지도자와 좋은 관계를 가질 때나 혹은 좋지 않을 때나, 그는 어떤 투자도 하지 않았다. 무역에서도 똑 같다. 무역이 적자가 줄어들 때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다면 무역은 나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근본적으로 이런 그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이 그간 취해왔던 접근 방식을 받아 들일 것이란 게 일반적인 희망이었지만, 그는 거의 배우지 않았다. 스스로 옳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2017년 1월20일(대통령 취임일) 세계와 세계 속 미국의 역할을 바라봤던 관점이 2018년 1월 20일에도 거의 바뀌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똑 같은 일을 보게 될 것이다.”

_그의 1년에 대해 평점을 매긴다면 어떤 등급을 주고 싶은가.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점수를 매기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해에는 점수를 줄 수 있지만, 그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는 동맹과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또 누가 민주주의 편이고 아닌지를 가리는 중요성도 잊고 있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하는데 정작 한국을 포함해 독일, 영국 등의 동맹들과는 때때로 다투기도 한다. “

_지난 일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일 중 가장 나빴던 것과 잘한 것을 꼽는다면.

“최악은 그의 첫 결정이기도 한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것이다. 장기적 측면에서 미국에 큰 손해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어떤 시점에 TPP에 통합될 텐데, 미국이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유대를 맺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협정은 향후 기본적인 아시아 태평양 지역 무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거기서 미국이 나와 버린 것이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것은 점수를 줄 만하다. 세 번에 걸친 유엔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중국을 동참시켰다.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은 북핵 문제 해결에서 필수적인데, 이를 가속화했다. 그런 부분은 지지한다.”

지난 1년, 美 우선주의 변화 없어

동맹이나 자유무역 중요성 간과

푸틴ㆍ두테르테와 좋은 관계 맺고

정작 한국ㆍ독일ㆍ영국 등과 부딪혀

장기적 손해 TPP 탈퇴 최악 결정

北 압박에 中 동참시킨 건 잘한 일

국정지지율은 35~40% 그대로

중간선거 예상하기엔 너무 일러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한ㆍ미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한ㆍ미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_지난 1년간 한미 관계는 어떻게 보는가.

“한미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북핵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아마도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선호하는 것 같지만 군사적 옵션을 쓸 수 밖에 없다면 그것도 좋다는 입장이다. 그런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의 비용이다. 동맹이나 전세계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아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연합 군사훈련 연기를 결정하고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일단 좋은 입장이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문제 해결은 매우 어렵고 북미간 협상으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는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북한과는 공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나는 이런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긴장은 사람들이 ‘블러디 노즈(bloody noseㆍ제한적 군사타격)’라는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게끔 한다. 나는 그걸 ‘블러디 노즈’ 전략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건 전쟁이다. 미국 시민과 한국 국민 등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는 핵무기를 갖게 될 때, 남북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 사이에도 긴장이 조성될 것이다. 한미간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우선 이해는 북한이 어떤 핵무기도 미국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게 아니다. 한국의 최우선 이해는 전쟁을 피하는 것이다. 서로 다르다. 그런 긴장이 한미간에 잠복해 있는 것이다. 이 긴장을 관리하는 게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일인데, 솔직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관리할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이 긴장을 이해하고 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는 한국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미국의 이해만 생각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나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존재하는 한 한미관계는 앞으로도 불가피하게 긴장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지금은 대화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자.”

_한국 정부에 조언할 게 있다면 어떤 것인가.

“이 한 가지는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며 칭찬해주면, 그가 원하는 것을 해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거다. 아베 일본 총리는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을 방문해 함께 골프를 치며 모든 것을 다 해줬다. (달더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골프를 치지 못한다고 하자 골프를 배울 필요가 있다며 웃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금 좋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강화하는 데 ‘예스’라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우리는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 것이 그렇다. 그래서 지금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응한 것도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조언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착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를 칭찬해주라는 것이다. 매우 성공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여론 추이와 올해 중간선거를 포함해 향후 전망은 어떻게 하는가?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큰 차이는 없다. 35%~40%의 국정 지지율은 변함 없이 그대로다. 남부는 좀 더 높고 동서부 해안쪽은 좀 더 낮다. 다만 반대 비율은 더 상승해왔는데, 싫어하는 강도가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여러 데이터를 보면 중간 선거의 경우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보다 많은 의석을 잃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원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선거가 많아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만 향후 상황을 전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2016년 대선도 모든 사람들이 잘못 예측하지 않았나. 누가 알겠는가.”

시카고=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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