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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째 여기 나 있소"... 한영애 희망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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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째 여기 나 있소"... 한영애 희망을 노래하다

입력
2017.09.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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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조율'은 새 생명을 얻었다. 한영애가 동료 음악인 한돌에게 받은 노래를 한 달 넘게 매달려 록 스타일로 바꾼 뒤 세상에 내 빛을 봤다. 최지이 인턴기자
지난 겨울 '조율'은 새 생명을 얻었다. 한영애가 동료 음악인 한돌에게 받은 노래를 한 달 넘게 매달려 록 스타일로 바꾼 뒤 세상에 내 빛을 봤다. 최지이 인턴기자

“인기가수 한영애입니다.” 19일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 가수 한영애(60)가 의자에 앉으며 취재진을 향해 너스레를 떨었다. 폭소가 터지자 “기다렸던 반응”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거칠며 광기 어린 노래로 ‘소리의 마녀’라 불렸던 가수는 의외로 밝았다.

‘블루스 록 음악의 여왕’은 앞머리 두 가닥을 형광이 도는 파란색으로 최근 염색했다. 이날 전북 전주로 공연을 하러 간다는 그는 “다음 무대에선 앞머리 색을 빨갛게 바꿀까 싶다”며 선수를 쳤다. 한영애는 “변신을 좋아한다”. “그래서 무대를 좋아해요. 일상과 다른 공간에서 변신할 수 있으니.” 1970년대 극단 자유극장에서 6~7년 동안 연극 배우로 활동한 그는 “시쳇말로 ‘맞장 뜬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선다.

한영애는 지난 2~3년 동안 어둠의 터널을 지났다. 2014년 앨범 작업을 할 때 세월호 참사가 터져 비극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도 끝없이 가라 앉았다. 지난해엔 찬바람을 맞으며 거리로 나왔다. 촛불집회 무대에 두 번이나 올라 시민의 촛불을 ‘조율’했다. 그가 부른 노래 ‘조율’(1992)은 시대를 초월한 위로곡이 됐다. 한영애는 “절실한 연대감에서 한 일”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과 나눈 뜨거운 호흡은 기억하고 있었다.

어두울 때 빛은 더 빛난다. 그에겐 “밝고 희망적인 노랫말만” 찾아왔다. 한영애는 “사람이 너무 기댈 데가 없으면 희망이란 지푸라기를 잡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 때 쓴 곡이 6집 타이틀곡 ‘샤키포’다. ’너의 꿈을 버리지 마. 기적은 일어날 거야’란 희망을 담았다. 한영애는 “1~2년이 지나서 그 노랫말이 더 좋게 다가오더라”며 “이 노래를 적극적으로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열망을 담아 한영애는 ‘2017 한영애 콘서트-바람’을 꾸렸다. 지난 9일 여수에서 시작해 내달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11월 3~4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공연 이름은 ‘늘 그대 곁에 있다’는 노랫말을 지닌 6집 수록 곡 ‘바람’에서 따왔다. 한영애는 “힘든 일이 있다 해도 누군가가 뒤에 있다는 걸 알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한영애는 코러스 없이 자신의 목소리로만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1975년 포크그룹 해바라기로 데뷔했다. 스무 살에 명동 가톨릭여성회관의 한 음악카페에서 ‘이상한 목소리로 노래한다’는 말을 듣던 그는 ‘누구 없소’, ‘코뿔소’, ‘바라본다’ 등의 노래로 국내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올해 데뷔 42년째에 접어든 한영애는 “노래하는 게 갈수록 즐거워지고 있다”며 웃었다. “일상에서 많은 것들이 걸러져 음악에만 더 몰두할 수 있고, 음악만 남아 더 절실해졌다”는 설명이었다. 변하지 않은 건 “열일곱 살 감성”이다.

“학교 뒤 동산에 누워 ‘왜 나비는 소리 없이 날아오나’란 생각을 하며 자랐어요. 1970년대는 억압 받던 시절이었잖아요. 저만의 판타지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런 정서가 제 무대를 지배하는 것 같아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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