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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자격 제한 없네” 미 캔자스주 10대들 주지사 출마 러시

입력
2018.02.11 12:4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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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캔자스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10대들이 지난해 10월 토론회를 갖고 있는 모습. AFP
미국 캔자스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10대들이 지난해 10월 토론회를 갖고 있는 모습. AFP

미국 캔자스주에서 공직자 투표를 위해선 18세를 넘어야 하고 미국 시민권자를 입증하는 투표자 등록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주지사 출마를 위한 요건은 아무 것도 없다. 주법에 공직자 출마 자격에 대한 조항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법적 구멍으로 인해 10대들 사이에서 11월에 치러지는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10대들이 벌써 6명에 이른다.

10대 출마 바람을 몰고 온 이는 16세의 잭 버지슨.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8월 주지사 출마 자격에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민주당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기업가이자 정치가인 로스 페로,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그가 내건 구호는 ‘반(反) 기득권’ 이다. 시간당 최저임금 12달러, 의료보험 개혁,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 등의 공약도 내걸었다.

그가 지역 언론을 넘어 미 전역에 뉴스를 공급하는 폭스뉴스와도 인터뷰를 갖고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자 다른 10대들도 자극을 받았다. 버지슨의 친구인 타일러 루지히가 공화당 경선 참여를 선언하는 등 3명의 10대들이 잇따라 뒤를 이었다.

이들 10대 출마자들은 지난해 10월 한 고등학교 강당에 모여 후보자간 정책 토론회도 가졌다. 당시 토론회에서 낙태권리에서 세제, 수도정책에 이르기까지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이들은 각 이슈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으나 마리화나 합법화에는 의견 일치를 봤다고 지역지인 ‘와치타 이글’이 전했다. 뒤이어 다른 2명의 10대가 출마 대열에 합류하면서 현재까지 모두 6명이 주지사 경선에 나섰다. 캔자스주 주지사 선거 출마자의 3분의 1 가량이 10대로 구성된 것이다.

이에 블레이크 카펜터 캔자스주 상원의원이 최근 공직 출마에 18세 이상의 나이 제한 규정을 두는 법을 뒤늦게 발의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2019년부터 효력을 발휘해 이번 선거의 10대 바람을 꺾기엔 늦은 상황이다. 카펜터 의원은 “10대들의 사기를 꺾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지금은 수감자도 출마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도 출마할 수 있다고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0대 출마자인 버지슨은 주 의회 증언 서한에서 “나는 장난이나 깜짝 쇼로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것이 아니다”며 “무엇보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 공직 선거 출마 자격 요건이 없는 주는 캔자스와 버몬트, 매사추세츠주 세 곳이다. 10대들의 출마 바람을 두고 ‘법적 구멍’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많지만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이나 투표 불참이 높은 상황에서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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