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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평가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 국민연금 때문에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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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평가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 국민연금 때문에 좌초

입력
2018.05.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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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재벌지배구조개편 정책에 심각한 차질

현대자동차그룹이 21일 오랜 기간 준비해 내놓은 그룹 지배 구조개편안을 철회하기로 한 것은 29일 예정된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개편안에 대해 여러 차례 긍정적으로 평가했음에도,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 권고로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된 것이다. 정부 조직간 엇박자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도 차질을 빚게 됐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된 분할ㆍ합병 계약을 해제한 후 분할ㆍ합병안을 보완ㆍ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했다.

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 임시 주총을 앞두고 그간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지난달 24일)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15일)를 비롯해 국내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9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16일) 등이 잇따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룹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하고 나서자, 현대차그룹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현대차그룹이 지난 16일 ISS의 주장을 정면 반박할 때만 하더라도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ISS의 (지배구조개선 반대) 결정이 시장을 오도하고 있다’며 “분할ㆍ합병으로 현대모비스는 미래 경쟁력 및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총에서 지배구조개편안 통과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까지 지난 17일 ‘반대’를 권고하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지분율 9.8%)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오는 25일까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안에 대한 찬반을 결정해달라고 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반대’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철회 결정으로 정부의 재벌 지배구조개편 작업의 추진력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개편안을 내놓은 3월 28일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환영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금산분리를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라며 현대차 개편안을 공개 옹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 지배구조개선 관련해 ‘데드라인’까지 설정하며 압박했던 만큼 현대차그룹의 개편안 추진에 힘을 실어줬던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의결권 자문회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행사한 결정을 놓고 벌어진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찬성표를 던지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당시 결정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관련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결국 문재인 정부가 핵심정책으로 추진하는 재벌 지배구조 개편이 의결권 자문회사나 외국계 펀드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현대차의 그룹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재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개편안이 국민연금의 반대 때문에 좌절된 만큼 공정위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을 다시 압박하기도 어려워졌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시장에서 기업과 주주가 소통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현대차그룹의 주주와 경영진이 원활한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박준석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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