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부 5000m·1만m 간판...사흘 연속으로 소구간 1위
3번째 주자로부터 바통을 받는 순간, 충북은 3위였다. 1위가 200m 앞에, 2위는 100m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5번째 주자에게 바통을 건넨 순간, 충북이 1위였다. 2위는 50m 뒤에서, 3위는 500m까지 뒤떨어져 뛰고 있었다.
손명준(20ㆍ건국대)의 역주로 충북이 여유있게 단독 선두자리를 지켰다. 손명준은 18일 경부역전마라톤 사흘째 대구~김천(74㎞) 대구간 중 왜관~악목(10.3㎞) 제4소구간을 맡아 31분41초의 기록으로 전남, 경기 선수들을 제쳤다. 레이스 초반 재미를 못 본 충북은 이 때부터 탄력을 받아 가장 먼저 경주를 끝냈다.
첫날부터 에이스 노릇을 한 손명준은 사흘 연속 소구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악마의 코스’로 불린 남성현~남천(9.3㎞) 구간을 유일하게 28분대 기록으로 주파하더니 “힘든 건 모르겠다”며 이날도 빼어난 스피드를 자랑했다.
손명준은 “출발부터 속도를 바짝 올렸다. 1,2위를 빨리 따라잡고 페이스를 조절하려던 계획이었다”며 “그런데 5~6㎞ 때 2위 선수의 그림자가 보이더라. 자존심도 상하고 안 되겠다 싶어 스피드를 더 올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웃었다.
손명준은 대학부 장거리의 간판이다. 10월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5,000m, 1만m 금메달을 휩쓸었다. 지난해 빈혈 증세로 경부역전마라톤을 포기했지만 2년 만에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몸 관리만 잘하면 일주일 내내 10㎞를 뛰어도 그리 힘들지 않다. 훈련 때는 아침마다 20㎞ 정도를 달린다”며 “최우수선수(MVP) 욕심은 없다. 지난해 불참한 ‘빚’도 갚고, 우리 팀이 우승만 했으면 좋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일본에 오사카 스구루(23)라는 선수가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1만m로 한 번 붙어봤는데,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더라”며 “그 선수를 닮고 싶다. 앞으로 풀코스 마라톤도 뛸 계획인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천=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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