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ㆍBrexit)로 국내 전자ㆍ자동차ㆍ유통 기업들이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하다. 요동치는 각국의 환율과 영국과의 교역에서 적용될 관세 등이 실적과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 기업들은 영국 수출 시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면세 혜택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각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현지 생산기지를 둔 현대ㆍ기아차의 지난해 영국 판매량은 유럽 전체 판매량(85만4,920대)의 19.5%(16만6,606대)였다. 지금까진 영국 수출 시 배기량 등에 따라 0~1.6%의 관세를 냈지만 2년 뒤부터는 10%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이는 영국에 생산 기지를 둔 포드, 도요타, 혼다, 닛산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나머지 80%를 차지하는 EU 국가 내 판매에서는 정반대로 영국 내 생산하는 업체들에 비해 가격 우위를 점할 수 있어 더 유리하다.
전자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동유럽 지역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해 영국으로 공급해왔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관세 부활이 예고되면서 수익이 악화할 전망이다. 다만 휴대폰의 경우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영국으로 무관세 수출이 되고 있어 스마트폰 부문의 직접적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브렉시트 발표 이후 급락하고 있는 파운드ㆍ유로화와 강세를 보이는 달러ㆍ엔화 등은 국내 산업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적잖다. 특히 국내 면세점 업계는 브렉시트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엔화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으로 가려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한국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렉시트 현실화에 따른 유럽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은 업계 전반의 부담 요인이다. 최근 지속돼온 국제유가 상승세가 브렉시트 현실화로 제동이 걸리자 정유ㆍ석유화학 업계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원유 수입가격)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 정제마진도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엔화ㆍ달러화 강세 등으로 자동차나 전자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반짝 실적 개선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전세계 교역량이 위축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브렉시트에 따른 FTA 효과가 감소할 경우 이를 반영하기 위한 한ㆍEU FTA 개정과 함께 영국과의 FTA 체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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