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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일본 ‘고독사ㆍ부모 간병’ 새 이슈로 급부상

입력
2017.11.05 1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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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ㆍ건강에는 큰 문제 없지만

사회적 고립 위험성 점점 커져

“작은 문제 발생해도 쉽게 파산”

'초고령화 사회' 일본. EPA연합뉴스
'초고령화 사회' 일본. EPA연합뉴스

일본에서 혼자 사는 미혼 중년 남성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특별히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젊은 시절의 자유를 만끽하다보니 어느새 독신생활이 평생 이어져온 이들이다. 중년 남성들은 경제적으로나 건강면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비쳐지지만 자신은 물론 연로한 부모에 대한 돌봄 문제 등 장래에 마주칠 삶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의 걱정은 깊어지고 있다.

독신생활지원 교류모임인 ‘단신켄(單身縣ㆍ혼자 사는 사람들의 지역)’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들 중년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전파하고 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직 독신이다”고 토로하는 도쿄의 회사원 A씨(53)는 독신주의자가 아님에도 대학입학 후 30년 넘도록 홀로 자취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새벽까지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훌쩍 자동차로 교외 드라이브에 나서는 생활이 반복된다. 다행히 큰 지병이 없는데다 집도 40대에 장만했다. 그럼에도 더 나이가 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감에 휩싸인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미즈호정보종합연구소의 조사 결과 50대 독신 세대(남성)수는 2030년에 1.4배(2015년 대비)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2015년 이미 141만명선으로 여성의 1.7배 수준에 도달한 50대 미혼세대 수가 2030년엔 181만명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일본의 생애미혼율(50세까지 결혼하지 않은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독신 중년 남성이 4명중 1명에 달하는 상황이 됐다.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미혼중년 남성은 머지 않아 누구도 곁에 없이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년 독신남의 경우 이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존재가 없기 때문에 작은 문제만 발생해도 순식간에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건강을 챙기지 않다 보니 50대에 중병이 생겨 휴직으로 이어진 사례는 부지기수다. 무엇보다 장래에 자신의 간병을 누구에게 맡길지 사회적 시스템으로서 돌봄문제가 애매하다. 미혼 남성의 경우 자녀에 의한 간병수당이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나이든 부모에 대한 돌봄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 50대 독신자들의 부모세대는 75세 이상 고령자들이다. 이들이 홀로 부모의 간병문제까지 감당할 경우 일과 집안일이 양립하기 힘들어 직장으로까지 문제가 파급될 수 있다. 일본의 사회현상인 ‘개호이직’(늙은 부모의 병수발을 위해 회사를 그만둠) 현상의 직격탄을 맞는 셈이다.

보건당국은 “평생 일에만 몰두해온 중년이상의 남성은 일 이외의 화제로 소통하는데 서툴러 사회적 고립의 위험성이 크다”라며 “공동체의식이 희박한 도시권에서 고립된 중년 남성들이 양산된다”고 지적한다. 독신자지원모임에선 회원들이 사회적 접촉을 지속하도록 하고 특히 남성들이 이 활동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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