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실종자를 바다 속에 남겨둔 채 세월호 수색작업이 종료된 지 열흘이 지났다. 특별법 제정에 따른 진상규명 작업과 국가혁신 등 묵직한 과제가 남아 있지만, 당장의 관심은 선체 인양 문제에 쏠려 있다. 해양수산부가 24일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기술적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면, 인양 여부 등을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양 논의와 관련해 먼저 새겨야 할 것은, 참사 수습 및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겪은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인양과 관련한 각종 쟁점과 찬반의 구체적 근거를 낱낱이 드러내어 투명하고 밀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고심 끝에 수중수색 종료에 동의한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의 최후수단으로서 선체 인양”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여전히 논란인 사고원인 등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인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60%로 반대(33%)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설사 실종자를 찾지 못해도 정부가 끝까지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사고 이후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처로 공분을 샀던 정부가 인양마저 섣불리 포기한다면 신뢰를 회복할 길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인양한 선체를 ‘침몰한 대한민국’의 상징물로 삼아 두고두고 기억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마당이다. “청정 바다를 되돌려 달라”는 진도 군민들의 호소도 외면할 수 없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해외 선박 침몰사고 전례를 보면 해양오염과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최악의 조건이 아닌 한 대부분 선체를 인양했다.
반면 인양 반대 주장의 주된 근거는 기술적 어려움과 비용 문제다. 해수부가 추산한 인양 비용은 최소 1,000억원, 기간은 13개월로 실제 작업에 들어가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선사 실소유주인 유병언의 사망으로 구상 청구가 난항에 부딪쳐 우선은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잠수사들의 희생이 뒤따랐던 수색 작업처럼 추가 인명 피해를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기술적 난관이나 안전 우려는 충분한 검토와 치밀한 계획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지, 그 자체로 인양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결국 문제는 비용으로 좁혀진다. 막대한 비용이 들더라도, 앞서 언급한 인양이 필요한 이유의 가치가 더 크다면 인양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 결론 도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 과정이다. 무엇보다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을 배려해야 한다. 해수부 TF는 기술적 검토를 하는 기구라서 가족들의 참여가 어렵다지만, 참관까지 막을 이유는 없다. 본격적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여당 일각에서 ‘인양 포기(불가)론’을 흘리는 것도 문제다. ‘세월호 피로감’을 부추겨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의심만 산다. 정부는 이주영 해수부 장관의 약속대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성실히 거쳐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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