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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 “北에 식량지원 재개하자”... 정부는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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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 “北에 식량지원 재개하자”... 정부는 신중

입력
2018.05.02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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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과잉생산 해결 긍정론 불구

“반대 여론 등 시기상조” 입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경제협력의 촉진제 역할을 했던 대북 식량 지원이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재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쌀 지원을 통해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고 남한의 쌀 생산과잉 문제도 일부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론 한편으로, 북한이 식량을 전용할 가능성이 있고 대북제재 국면에서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1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2007년까지 연례적으로 북한에 차관 방식으로 식량을 지원했다. 1995년 인도적 차원에서 쌀 15만톤을 무상 지원된 적이 있지만, 차관을 통한 상거래 일환으로 식량이 지원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정상회담 직후다. 정부는 그 해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통해 외국산 쌀 30만톤과 옥수수 20만톤을 30년 상환 및 이자율 연 1%의 조건으로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이후 북한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차관 지원이 소규모 무상 지원으로 대체됐던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30~40만톤가량의 쌀이 북한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엔 북한 수해 원조 차원에서 2010년 쌀 5,000톤을 무상 지원한 것 외엔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은 전무했다.

농업계는 북한이 고질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점, 남한은 남아도는 쌀의 처분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대북 쌀 지원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부터 대북 쌀 지원 추진을 요구해 왔다. 전농은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것은 남북 교류는 물론이고 쌀값 보장을 비롯한 농업개혁에서 가장 시급한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산조정제(25만톤ㆍ2018년 기준), 시장 격리(37만톤ㆍ2017년 기준) 등 초과 생산된 쌀 물량을 줄이기 위한 재정 부담도 대북 쌀 지원을 통해 덜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쌀이 단순한 인도적ㆍ시혜적 지원 수단이 아니라 남북 경제공동체에서 높은 ‘교환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자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병희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쌀이 우리에겐 잉여 자원이지만 남북 경협 차원에서는 북한의 광물이나 여타 곡물과 물물교환이 가능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한 태도다. 비록 식량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 제재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은 데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대북 제재의 예외로 규정돼 있긴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고 있는 국제사회 분위기나 대북 쌀 지원에 대한 국내 반대 여론 등을 고려하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송남근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은 “통일부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영양제, 의약품 등 800만달러어치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며 “인도적 차원이라도 식량 지원을 당장 재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남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2007년 10ㆍ4 선언에 담긴 경협 사업을 계승하기로 한 만큼, 부담이 큰 식량 지원보다는 당시 합의됐던 상호 호혜적 교류 사업부터 재개하는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남북은 10ㆍ4 선언 직후인 2007년 11월 제1차 남북농업협력 실무접촉을 갖고 평양 인근에 2년 동안 5,000마리 규모로 양돈 협력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그 해 12월 열린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1차 회의에서는 검역ㆍ방역, 유전자원 교류 등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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