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침을 열며] 보수야당의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입력
2018.01.22 14:50
31면
0 0

신년 정국의 화두는 지방선거와 개헌, 권력기관 개편 등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둘러싼 진영 대립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및 이후의 한반도 정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상황변수다. 사회경제적 현안과 개헌ㆍ선거제도 등 정치적 의제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공학의 종속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보수야당은 최근 북한의 올림픽 참가 관련 논평에서 보듯이 안보 이슈와 북한 변수를 정략적으로 활용하여 적대와 대립을 통한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이다. 정부여당의 정책에 반대로 일관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노선은 더욱 강경보수의 색채를 띠게 될 게 자명하다.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한 초석을 닦지 못하면 현재진행형인 적폐 수사의 역사적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야의 고질ㆍ상습적 대치로 변화를 위한 제도화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산업화와 개발독재 시대에 고착화되고, 민주화 이후에도 그대로인 한국사회의 운영 방식은 바뀔 수 없다. 또한 개헌과 선거제도, 정당제도 등은 물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개혁 조치가 표류한다면 개발독재와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불공정한 사회구조의 개혁은 불가능하다. 이는 냉전시대의 사회운영 방식 즉 기득권 위주의 권위주의적 패러다임의 온존을 뜻하며, 촛불혁명이 절규했고, 대통령이 말하는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와는 거리가 멀다.

예견되는 장애를 방치할 수는 없다. 장애는 수구야당에서 나온다. 보수정권 당시 야당은 분열과 계파패권주의 등으로 각종 선거에서 패배를 자초했으나 대안을 내놓으려는 수권정당으로의 노력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보수ㆍ진보의 차원이 아닌 원칙ㆍ상식과 동떨어진 언행을 남발한다. 홍준표 대표의 막말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의 의하면 여론조사는 관제여론조사이고, 정권의 정책은 좌파사회주의를 위한 정책으로 폄훼된다.

한국당은 지난 대선 때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공약했으나 지금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개헌 국민투표와 지방선거 동시실시 공약도 식언이 됐다.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고위공직자수사범죄수사처 설치도 반대다. 한국당에게 반공국가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기할 수 없는 정치공학의 성역이다.

정권을 견제ㆍ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야당 본래의 소명이다. 그러나 반대도 논리적 정합과 팩트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당은 지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의 특활비 상납과 정치개입 등에 대해 성찰이나 반성을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은 적폐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으니 동일한 유전자인 한국당의 구태나 퇴행은 이상할 것도 없다.

그래도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 시절엔 남ㆍ원ㆍ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이라도 있었고 비록 추후에 위장으로 밝혀졌지만,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의 진보적 아젠다도 수용하는 자세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지금의 야당에게 수권의 비전이나 합리적 비판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의 야당이 보수나 진보의 이념성향을 떠나 이토록 무능하고 반개혁적이며 반역사적인 적이 있었나. 오죽하면 보수의 궤멸이란 말이 나올까.

집권세력도 협치 노력 부족 등 여야 대치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금처럼 야당의 존재가 절실한 적이 없다. 한국당은 스스로를 역사의 유물이 된 낡은 안보프레임에 가두고 이를 보수의 결집에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시대착오적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

시민적 참여를 통한 제도화도 결국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그 길목에 자유한국당이 있다. 한국당에게는 지금이 기회다. 반공국가의 추억과 개발독재의 구각(舊殼)을 과감히 벗고, 진정한 보수의 길로 나서야 한다. 보수야당의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야당이 변해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